이상한 일이었어요.
그날은 확실히 이상한
날이었어요.
제 옷은 바람에 휘날리고
비에 흠뻑 젖어 온몸이
축축했지만,
나무는 곧게 서 있었고
땅에서 아지랑이가 피었죠.
우산을 쓰는 사람들도 없었고,
저를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죠.
이상한 일이었어요.
그날은 확실히 이상한
날이었어요.
우리만 아는 장소에
평소처럼 그댈
만나러 갔지만
그대는 없고 텅 빈자리에
꽃병이 놓여 있었죠.
우리가 앉던 의자도 없었고,
그늘을 주던 파라솔도 없었죠.
이상한 일이었어요.
그날은 확실히 이상한
날이었어요.
그대가 없는데
세상은 그대로였죠.
무너져 쓰러질 것 같았는데
저는 걷고 또 걸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