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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by 늘 하늘

헤어짐이 아쉬워

집에 다다를수록

발걸음은 느려졌죠.


그대의 말투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빨라졌고,

맞잡은 손에서 그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죠.


멀찍이서 가로등 반짝이는

집 근처 골목길이 보이자

그대의 숨소리는 불안정해졌죠.


마치 그대의 머릿속에

들어간 듯 그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았어요.


그대의 발걸음은 더 느려졌고

그대의 숨은 거칠어지고

그대의 심장은 더 빨리 뛰었어요.


나는 그대의 손을 잡고

으슥한 골목길 가로등 아래로

천천히 이끌었어요.


그리고 그대를 마주 보고

그대의 손을 내 양볼에 올려두고

눈을 감았어요.


세상의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느리게 흘렀어요. 서서히 그늘지고

우리의 기다림은 하나가 되었죠.


모든 것이 이 순간만큼은

느리게 느리게 느리게

마음속으로 되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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