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태양을 잡지 못해
놓쳐버려 붉게 물들어 버린
차갑지만 따뜻해진 바다 위
그곳을 걷는 공상가는
상상 속 인물을 만들어
망상 속 욕망을 끄집어 내
형상화시켜 바라본다.
영원히 사라져 버린 듯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서늘한 달빛이 머무르는 곳엔
바람에 부서진 모래성이
힘없이 흐느낀다.
공상가는 알고 있다.
모든 것을 외면하고 싶은
한때의 백일몽이라는 것을.
부서진 모래를 털고 일어나
추락한 태양을 삼켜버린
검은 바다를 바라본다.
다시 태양은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공상가의 마음속에
심상이 평온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