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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Feb 01. 2020

엄마, 그거 맛있어요?

아이를 키운다는 건.

오늘의 도시락 메뉴.
아보카도 참치 샌드위치.
나의 아침은 도시락 메뉴를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늘은 다행히 어제 아이가 아보카도 명란 참치 샌드위치를 싸 달라고 해서 메뉴 선정의 고민은 없었다
아보카도 으깬 것에 마요네즈, 참치, 명란을 섞어

식빵 안쪽에 바르면 jelluda표 샌드위치가 완성된다

먹을 때 식빵 가장자리가 딱딱해서 입술이 아프다는 아이를 위해 식빵 가장자리를 잘라 도시락에 넣어 주었다
습관적으로 식빵 가장자리 잘라놓은 것을 먹고 있는 나를 보고 아이가 맛있냐고 묻는다
나는 식빵 가장자리가 가운데보다 더 맛있다고 대답했다

문득,
우리 엄마는 생선뼈와 머리만 좋아한다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식구 많은 집에서 생선을 구우면, 엄만 늘 식구들이 먹다 남은 생선뼈만 발라 먹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그게 맛있냐고 묻자,
이미 깨끗하게 발라 먹은 뼈를 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 냄새만 맡다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살이라고 붙어 있는 것을 먹으니 정말 맛있기도 해서
- 원래 생선은 뼈와 머리가 맛있는 거야. 이 맛있는 걸 엄마 먹으라고 남겨 놓다니 너희들 진짜 최고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 모두 제 가정을 이루고 엄마와 함께 밥을 먹는데 그 날 밥상에 생선이 올라왔다
며느리가 시어머님 쪽으로 생선 접시를 옮겨 놓자 아들이 말리며
- 우리 엄마는 생선 뼈랑 머리 좋아하셔ᆢ

우리 엄마도 그랬다

물컹한 비계의 식감이 싫어서 비계를 안 먹는 나를 위해 언제나 고기 먹을 때면 옆에 앉아서 비계를 떼고 살코기만 내 밥그릇에 놓아주셨다
그러면 나도 지금의 내 딸아이처럼
엄마에게 맛있냐고 물었고
엄마는 지금의 나처럼 맛있다고 그러셨다
아이가 안 먹는 음식을 버리기 아까워 먹다 보면 어느새 그 음식이 맛있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엄마는 지금도 여전히 고기 드실 때 살코기는 안 드시고 비계만 드신다
살코기는 퍽퍽해서 맛이 없다시며.
나 역시 식빵 가장자리가 맛있다
가끔은 식빵 가장자리로 만든 러스크를 사 먹기도 할 만큼.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안이 밖이 되기도 하고
무가 유가 되기도 하고
검은색이 흰색이 되기도 하는 건가 보다
예전엔 안 좋아했어도 지금은 좋아할 수 있는 건가 보다
그래서
강한 긍정도, 강한 부정도 할 수 없는 건가 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내 아이를 키우면서
내 엄마를 알아간다
그리고 비로소
내 엄마의 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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