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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Feb 11. 2020

저 혹시 미역국 아세요?

내 마음의 온도 - 200도

아이 학교 같은 반 친구 엄마가 나에게 미역국을 아냐고 물었다
예전에 한국에 갔을 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며 다시 한번 그 미역국이 먹어보고 싶다고..
외국에 나와 살다 보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는 말에 그냥 흘려듣지 못하고 선뜻 내가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미역국은 끓이기는 쉬워도 깊은 맛을 내기는 쉽지 않은 음식이다
더군다나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 줄 때는 내가 만든 음식으로 한국 음식의 맛을 기억할 것 같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미역국이라는 말을 입 속에서 한참 동안 굴리다가 풍선껌 불 듯 내뱉는 그 엄마의 어색한 발음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내가 끓여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얼마 전 한국 갔다가 가지고 온 완도산 미역이 있었다
미역을 불린 후 물에 헹구어 물기를 뺀 다음 너무 길면 먹기에 힘들 것 같아 적당한 길이로 잘랐다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소고기를 볶다가 물기 빼놓은 미역을 넣는다

미역의 물기를 빼지 않고 볶으면 미역이 미끌미끌하고 흐느적거린다
물론 미역은 원래 미끈미끈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여자가 아이를 낳은 뒤에 미역국을 먹는 것은,

미역 자체에 산모가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많다는 측면 외에도 미처 배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태반 등이 미역처럼 쉽게 미끄러져 나오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미역국의 이 미끈미끈한 촉감 때문에 시험에 떨어졌을 때, 미역국 먹었다는 말을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가 반쯤 씹다 놓은 것 같은 이 흐느적거리는 식감이 싫어서  미역을 채반에 건졌다가 물기를 꼭 다음 미역국을 끓인다

물기 뺀 미역에 어간장을 조금 넣고 모든 재료에 간이 배일 때까지 볶는다

그러면 뽀얀 국물이 우러나오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미역국 색을 보게 되는 순간이다

들기름과 검푸른 미역이 만나 만들어 내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크레파스 색에는 없는,

뿌옇고 탁한데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

미역국 색깔.

난 이 색을 미역국색이라 부른다

이렇게 미역국색이 나오면, 멸치ㆍ다시마 육수를 붓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다진 마늘을 넣는다

미역국은 조금 오래 끓여야 맛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간을 다 하는 것보다 거의 끓었을 때 간을 맞추는 것이 좋다

드디어 완성.

식혀서 그릇에 담고 미역국 만드는 방법과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그 엄마에게 주었다

미역국을 건네받은 그녀가

Thank you so much! 를 연발한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미역국 끓을 때 나는 소리가 난다

고맙다는 마음을 200도 온도로 말하는 그녀.

덩달아 내 마음도 200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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