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수도원에 입회해 10년을 살면서 여성과 심리를 공부한 정신 분석 상담 전문가 저자 박우란의 책 제목이다. 사실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샀다. 그냥 궁금했다. 무슨 내용이 쓰여 있을지. 그리고 그 속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가져왔다.
"인간은 처음부터 근본적으로는 타인을 사랑할 수 없는 존재이다" 프로이트의 말입니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삶을 운영한다는 것이지요. 인간 에너지가 궁극적으로 향하는 지점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그것은 가족관계라고 해서, 엄마와 딸 관계라고 해서 예외가 없습니다.
박우란 -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프롤로그 6p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엄마, 나도 엄마 앞에서는 엄마의 보호를 받고 싶은 딸일 뿐인데'라고.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페이지를 넘기면서 서서히 이건 엄마 자신도 모르게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딸과 아들을 모두 키우는 경우, 엄마의 요구를 딸아이가 재빨리 먼저 알아차리고 맞히는 경우가 많지요. 엄마 또한 그것을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여기고, 아들보다 딸에게 더 많은 요구와 포기, 양보를 은근히 강요하기도 하지요.
박우란 -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20p
이렇게 아이를 자기 대상으로 삼을 때, 딸아이는 고유한 자기를 경험할 순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알아차릴 수 없게 되어 타인의 감정과 상태를 살피기에 급급하며 살아가지요. 그래서 엄마인 내가 먼저 내 상태와 감정, 욕구와 요구, 욕망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감정과 아이의 감정을 분리해서 이야기해 줄 수 있고, 나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불필요한 죄책감이나 책임을 지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우란 -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21p
그리고 순간적으로 '만약 나도 내가 딸을 낳는다면, 나도 딸에게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니까 무서웠다. 의식적으로 원래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상담 내용이 들어있었는데, '참 감정이 힘든 사람이 많구나'라는 걸 또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 느낀 점이라면 기회가 된다면 꼭 심리학을 배워보고 싶다는 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내가 치유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