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서 우는 게 아니라
어제 작은 녀석이 학교 숙제와 시험 스트레스로 한바탕 울며 난리를 피웠다.
처음에는 얼마나 힘들까, 달래주고 싶은 마음에 따뜻한 말을 건네보지만,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마음 속으로는 '왜 미리 하지 않아서 저 고생을 하나' 싶다.
물건도 쿵쾅 거리며 정리하고, 심지어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말에 화가 난다.
결국 하지 말아야 할 잔소리가 튀어나왔다.
"시험 범위는 진작 나왔을 거 아니야."
아이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아니야. 선생님이 늦게 알려줬어. 진도가 덜 나갔는데 공부를 어떻게 해."
하며 발끈하고는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갔다.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미리 공부하지 않고 미루다 하루 전에 잠도 못자고 저러는 모습에 속이 터진다.
아침에 눈은 부었고, 일찍 일어나 한번 더 보기로 했던 결심도 피곤함에 약해진걸 보고 또 한번 속이 탄다.
저녁을 먹으며, 아이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아 별일 아닌 듯 물어본다.
"어제 왜 그렇게 눈물이 났어?"
"억울해서 그러지."
첫째 아이가 말한다.
"나는 눈물이 날 때 화가 나서 그렇더라."
나도 안다. 억울할 때 눈물이 나오고, 너무 화가 날 때 눈물이 난다는 사실을.
여자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진다지만,
정말 지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는데도 한계를 느낄 때,
억울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난다.
그러고 보면 신랑과 이야기하다 눈물이 나는 게 너무 싫은데,
신랑이 몰라줘서 속상해서 우는게 아니라,
나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걸 몰라주는 것,
연애시절 다정했던 모습에 결혼을 결심했는데 더 이상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그런 억울함 때문에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나서 진 것 같아 화가 나서 더 눈물이 난다.
눈물 때문에 약해 보이지만, 운다고 약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