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틈에 피어나 짓밟혀도 당신은 아름다운 꽃이다 03
초등학생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걸핏하면 집에서 쫓겨나서 길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밤에 나를 쫓아낼 때면, 그 여자는 내가 문 앞에 머무르지도 못하게 했기 때문에 나는 거리로 나서야 했다. 당연히 겉옷을 챙겨서 쫓아낼 리도 없었기에 나는 거의 속옷 바람으로 추운 저녁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밤에는 집 앞의 작은 공원 수풀 속에서 바람과 사람을 피해야 했다. 작고 마른 몸으로 몇 시간을 걸어 다니다가 피로에 지쳐 나무에 기대었을 때, 신기하게도 나무에서 희미하게 온기가 느껴졌다. 나는 나무의 온기에 기대어 잠깐씩 눈을 붙이며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어린아이가 매섭게 추운 겨울밤 거리를 얇은 옷을 입고 걸어 다녀도, 단 한 사람도 말을 걸어주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성냥팔이 소녀처럼 식당 창문으로 사람들이 시끌벅적 웃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 또래 아이들이 따뜻한 코트를 입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웃으며 걸어가는 거리를 나는 추위와 수치심에 떨면서 한없이 걸어 다녔다.
비가 내리는 날은 더 힘들었다. 비를 쫄딱 맞고 몇 시간을 걸어도 우산을 씌워주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피멍 사이로 따갑게 스며드는 차가운 빗물보다, 아무도 내 편이 없다는 현실이 더 아팠던 시간이었다.
그 여자에게 몇 시간씩 매질을 당할 때도 가장 힘든 것은 살이 뜯겨나가는 통증이 아니었다. 어린 내가 아무리 울부짖어도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 참혹한 현실이 가장 무섭고 아팠다.
밤거리의 사람들은 분명 나를 보았을 것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거리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가던 사람들도 나를 봤을 것이다. 내 울음소리를 이웃들은 들었을 것이다. 벌거벗은 채 몇 시간이고 문 앞에 서있어야 했던 나를 아무도 못 봤을 리가 없다. 한두 번의 일도 아니었는데, 그 긴 세월 동안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 겪어도 단 한 번도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린 나를 구하러 가는 상상을 자주 한다. 상상 속에서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빗속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따뜻한 옷을 입혀준다. 그리고 꼭 안아주며 내가 얼마나 강하고 훌륭한 사람인지 알려준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 수천 번을 돌아가도 어린 나는 여전히 울고 있고, 추위와 외로움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