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악마의 우정

by 제나랑


해주는 사무실로 돌아오자 정 실장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서 해주는 기다리고 정 실장이 주차되어 있던 차량을 가져오자 뒷좌석에 탑승하는 해주


"정 실장님, 오늘 한 잔 할까요?"


"네. 그러시죠. 안주로 뭐 좀 사갈까요?"


"저녁도 먹어야 되고, 집에 등심 있어요."


한남동에 위치한 고급 주택 메인 게이트를 통과하자 단지 입구가 또 나오고 게이트 두 개를 통과해야지만 집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보완이 철저하다.

대문까지 지나고 나서야 개인 차고지와 현관문이 나온다.

해주가 현관문 도어록에 지문을 인식 하자 문이 열리고, 집 안 보안 경비 시스템도 해제가 된다.


해주는 현관 입구 통로를 지나 거실 왼쪽에 있는 드레스룸에서 옷을 편한 홈웨어로 갈아입고 또다시 거실을 지나 주방으로 향한다.

냉장고에서 진공 포장 해놓은 등심과 버터, 아스파라거스를 꺼내고 서랍에서 프라이팬도 꺼낸다.

인덕션 위에 올려두고 전원을 켜 프라이팬을 달군다.

버터를 녹이고 등심을 굽기 시작한다.

프라이팬을 기울여 녹은 버터를 등심에 끼얹어가며 능숙하게 스테이크를 완성하는 해주


그 사이 정 실장은 주방을 지나 두 개의 팬트리 중 오른쪽 문을 열자 주류들만 진열되어 있고 와인은 따로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와인셀러에 있다.

평소에 해주가 스테이크와 자주 마시는 와인을 꺼내고 아일랜드 식탁에 와인잔과 함께 세팅한다.

아일랜드 식탁 아래 수납장에서 접시도 꺼내 놓는다.

해주는 완성된 스테이크를 접시 위에 옮기고 슬라이딩 틈새수납장에서 허브솔트를 가져온다.

그렇게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는 두 사람


"이찬이는 잘 있죠?"


"네. 와인바 하고 싶다고 하더니 소믈리에 자격증부터 딴다고 공부하고 있어요."


"자격증 따면 우리 호텔 와인바에서 인턴으로 일해보라고 해요. 매니저님한테 말해놓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자격증 따면 알려드릴게요."


정 실장과 해주가 처음 만난 건 10년 전.

해주가 호텔리어로 양아버지의 호텔에서 일할 때 정 실장은 경호팀에서 근무한 지 6년 되던 해였다.

3개월의 인턴쉽을 거쳐 1년 9개월의 정직원으로 근무를 하던 해주가 처음 설립했던 작은 호텔 [Espella]에 경호팀 직원을 뽑는데

'정 이환'이라는 정 실장의 이름을 떠올려 직접 경호팀 팀장급 스카우트 제의를 했고 그렇게 2년간 근무하다가 호텔이 확장되면서

지금의 [블루문]을 지어지고 실장으로 승진됐다.


이환은 [블루문]에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해주가 악마의 임무 수행을 하던 모습을 목격했고 해주와 함께 '신'에게 소환되어

악마의 설명서에 따라 악마의 존재를 알게 된 이환을 이승으로 내려보내는 대신 해주의 개인 수행비서 겸 경호 실장으로 근무하기로 했다.


이환은 17살 때 아버지의 무능력함을 사유로 이혼을 하셨고 그동안 남편을 대신해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했던 엄마가 이환과 이환의 동생인 이찬의 양육권을

포기하면서 형제는 아버지와 살게 되었고, 이환이 엄마를 대신해 가장 노릇을 하며 알바와 학업을 병행했으나 항상 모든 것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환은 아버지를 마냥 원망할 수도 없었던 것이 그의 무능력함은 원망스러웠지만 항상 미안해하고

일을 구해보려 이곳저곳 면접도 보지만 매번 몇 달 만에 해고되곤 했다.

무능력하지만 아들들에게 화 한 번 내지 않는 그의 선한 심성을 이환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찬도 아버지의 무능력함은 싫었지만 그래도 아버지라는 명분으로 이해하려고 하고 형의 고생을 잘 알아주는 동생이다.

그래서 이환은 속 깊은 이찬에게 뭐든 해주고 싶어 했다.


"이번 주말에도 아버님이랑 동생이랑 외식하지?"


"네. 생각해 보니까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외식한 적이 없는 거 같아서 이번 주말엔 호텔 레스토랑 예약하려구요."


"그래요? 그럼 아예 객실도 써요~ 호캉스 많이들 하는데."


"아, 직원 할인 해주시는 겁니까? ㅋ"


"무슨 직원 할인? 정 실장은 보고만 하면 그냥 써도 돼요~ㅋ"


"네 ㅋ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위스키 언더락을 한 잔씩 들고 현관 통로 왼쪽에 있던 테라스 방법창을 열고 나간다.


"대표님, 연애 안 하십니까?"


"있어야 하죠. 정 실장님은요? 썸 타는 사람 없어요?"


"전 있습니다."


"오~ 누구누구?"


"아직..ㅋ 교제하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아, 뭐야, 싱거워~"


한참 수다를 떨다 자리를 정리하고 이환은 5분 거리에 있는 그의 집으로 향한다.

혼자 남겨진 해주는 위스키 언더락 한 잔을 더 하려고 마시던 위스키를 꺼내는데 해주의 핸드폰이 울린다.

화면에는 [이 창혁]이라는 이름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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