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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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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랑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17층 높이의 오피스텔 [벨루체 블랑]

건물은 메인 도로인 한남 대로변에 위치해 우수한 교통 입지를 자랑하는데, 한남대교 하나만 건너면 바로 신사동과 강남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도심 속 한적한 주거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외부에는 1km 이상의 산책로를 조성하고 유명 조경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딱딱한 시멘트 바닥이 아닌 풀과 꽃으로 가득하고, 단지 내 프라이버시가 엄격하게 유지되는 만큼 조용한 생활권이 보장된 오피스텔로 유명하다.

지하 주차장 안으로 들어서면 왼쪽에 보이는 회색 문이 전용 주차장인데,


주차 지옥인 서울에서 주차 간섭 없이 자차만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 중 하나이고, 전용으로 이용하는 엘리베이터가 배치되어, 사생활 보호가 훌륭하며,


시야를 가리는 건물 하나 없이 탁 트인 도시 뷰를 감상할 수 있는 루프탑은 단독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다.

인포메이션에서는 입주민의 문의, 민원, 예약 등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1층부터 3층까지는 입주민 전용 피트니스 센터, 골프 연습장, 스크린 골프장, 게스트 룸, 코인 세탁실을 비롯한 커뮤니티 시설이


다른 아파트 단지 못지않게 잘 되어 있고, 보안이 철저하고 층간 소음이 없다는 점, 시야가 트인 거실과 실용적인 수납공간이 넉넉하다는 장점으로 가지고 있다.

가장 꼭대기 층인 17층에 위치한 루나의 집은 복층으로 되어 있는데, 입구 안으로 들어서면 풍부한 간접 조명 만으로도 충분한 현관,


양옆으로 빼곡하게 신발장과 수납공간이 설치되어 있으며, 현관을 지나면 오른쪽에 복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왼쪽으로 돌면 거실이 보인다.

거실 창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선팅 필름으로 마감했으며,


커튼은 금속사가 함유돼 은은한 광택이 도는 파스텔 민트 컬러의 루렉스 패브릭 소재로 맞춤 제작하고 전동 레일을 달았고,


벽면은 화이트와 그레이가 적절히 매치되어, 웨인스 코딩을 추가해 이국적인 감성도 느껴졌으며,


인디언 블루 컬러의 소파와 커튼 색과 통일한 파스텔 민트 컬러의 리프트형 테이블의 포인트가 되는 색이 더욱 돋보인다.

TV는 그레이 컬러의 수납장에 빌트인 되어 있고, 시청하지 않을 때는 수납장에 넣어 먼지가 쌓이지 않게 보관할 수 있으며,


해외여행을 다니며 현지에서 공수해 온 오브제 소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대리석 장식이나 현란한 조명 없이 차분한 스타일로,


휴식과 생활에 충실한 공간 구성, 담백한미감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디자인이며,


홈 스타일링을 맡았던 디자이너가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소파의 높이, 공간의 힘을 실을 수 있는 소품의 구성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고려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실 안으로 들어오면 왼쪽에는 다이닝 룸과 메인 주방이 있는데,


거실과 함께 오픈된 공간에 배치되어 있는 메인 주방은 답답하지 않고 탁 트인 시야로 더욱 편안한 조리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지만,

거실과 오픈된 형태라 고민했던 주방도 넉넉한 수납공간을 가져, 깔끔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과는 달리 안정적이다.

서브 주방이 딸린 다이닝 룸은 꽤 넓은 크기로 분리되어 있는데, 서브 주방 왼쪽에는 인덕션이 있지만,

다른 생활 공간으로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아 쾌적하고 웅장함이 있는 다이닝 룸은 주방과 가까우면서 여유로운 식사를 위해 삼면이 트여 있는 통창 구조로


우수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으며, 아일랜드 식탁을 놓고도 좁지 않고 높은 층고와 더불어 벽난로까지 배치해 아름다운 인테리어로 디자인되었다.

메인 주방의 주방 가전은 전부 인디언 블루 컬러의 빌트인으로 되어 있는데, 층고가 높아 볼륨감 있는 펜던트 조명과 주방 후드가 조화롭게 어울리며,


메인 주방과 다이닝 룸은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개방감을 조절 할 수 있고, 슬라이딩 도어를 제외한 모든 면과 복도에도 수납장이 배치되어 있다.

불을 껐을 때도 은은한 빛을 발하는 펜던트 조명, 벽에 걸린 그림 한 점, 아일랜드 식탁에 둔 수국 한 다발이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거실을 지나면 왼쪽에는 거실로 통하는 긴 테라스로 나가는 큰 창이 있고, 오른쪽에는 수전과 세면대가 각각 2개씩 놓인 욕실로,


샤워부스가 딸려 있으며, 욕실 옆에는 각종 식료품과 생활용품들을 진열해둔 팬트리가 있는 다용도실이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보이는 복층에는 아래층 거실보다는 작은 크기의 거실과 욕실이 있고, 총 방 4개에 각각 욕실이 딸려 있는데,


루나의 침실인 마스터 룸과 그 옆에 있는 방 하나는 드레스 룸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욕실을 없애고 공간을 확장했으며,


다른 방 하나는 루나의 취미인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 또 다른 방 하나는 책으로 가득한 책장이 삼면을 채우고 있는 서재로 쓰고 있다.

모두 널찍한 크기와 반듯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가구 배치에 매우 용이하다.

작은 거실을 기준으로 왼쪽엔 작업실과 서재, 오른쪽엔 파우더 룸과 욕실을 갖춘 마스터 룸과 드레스 룸이 있는데, 마스터 룸에는 TV도 함께 배치했고,


캘리포니아 킹사이즈의 침대, 네이비 컬러의 쿠션감이 있는 침대 헤드 보드와 침구가 그레이 톤의 침대 프레임과 잘 어울렸으며,


스카이 블루 컬러의 커튼으로 가려진 큰 창은 우수한 채광을 받아 더욱 화사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빌트인 수납장도 침대 프레임 색과 맞춘 네이비 컬러다.

작업실 중앙에는 그레이 컬러의 철제로 된 이젤과 같은 색의 쿠션감이 있는 스툴이 있고, 정면에는 창 아래 역시나 같은 그레이 컬러의 작업대가 있는데,


그 위에는 자주 사용하는 붓, 팔레트, 물감들과 소품들이 놓여 있으며, 양쪽에는 다양한 미술용품들과 각종 미술 관련 서적들이 보관되어 있는 같은 색의 수납장,


그리고 그 위에 진열된 국내·외 소품들 정돈되어 있다.

거실과는 반대로 작업실 벽면은 전부 인디언 블루 컬러로, 욕실의 수전, 세면대, 수납장까지 같은 색으로 맞췄으며,


서재는 거실과 마찬가지로 벽면은 화이트와 그레이 컬러가 매치되어 있고, 책장, 책상과 의자는 인디언 블루 컬러로 되어 있는데,


책상과 의자는 정면으로 보이는 큰 창을 등지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 다음으로 루나가 좋아하는 공간은 밤에 큰 창 너머로 보이는 야경을 보며 책을 읽는 서재일 정도로,


이 공간에서 보는 야경은 서울 타워에서 보는 야경만큼이나 아름답다.

마스터 룸의 오른쪽에 있는 파우더 룸의 수납장과 거울, 욕실의 고급스러운 수전과 세면대, 수납장,


곡선미가 돋보이며 버블 기능이 있는 욕조까지 전부 네이비 컬러로 되어 있고, 총 4개의 욕실 중 가장 널찍한 구조다.

왼쪽에는 드레스 룸으로 이어지는 아치형 문이 있는데, 드레스 룸은 외투와 상의, 하의를 양옆으로 구분해 배치할 수 있는 넉넉한 크기로,


중앙엔 액세서리나 가방 등을 보관해둔 수납장과 전신 거울이 있으며, 옷을 보관하고 외출 준비까지 겹치는 동선 없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마스터 룸에 있는 큰 창으로 나가면 작은 테라스 하나가 더 있는데,


테라스 공간은 답답함 없이 개방감 있는 내부 공간을 완성 시켜주었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겨우 몸을 일으킨 루나가 운전해준 지욱에게 커피라도 주기 위해 주방으로 향한다.

"따뜻한 거? 아님, 아이스?"

"밖에선 얼죽아지만, 따뜻한 거~"

그녀는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의 전원을 켜고, 온도 게이지가 올라가는 동안,


상부장에서 머그잔 두 잔을 꺼내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고는 니카라과 원두를 적당량 꺼내 미니 글라인더로 잘 갈아 둔다.

머신의 온도 게이지가 올라가자, 포터 필터를 그룹 헤드에 끼우고 잠시 뜨거운 물을 흘려보내 가열한다.

뜨거워진 포터 필터를 다시 분리한 후, 극세사 행주고 물기를 잘 닦아내고, 포터 필터 안에 잘 갈린 원두를 담고는 탬퍼로 적당한 힘을 주어 탬핑을 한다.

포터 필터를 머신에 잘 장착시킨 다음, 밑에 샷 잔을 받히고 추출 버튼을 누르자, 에스프레소 추출이 시작된다.

샷 잔에 추출이 완료된 에스프레소가 내려오고, 샷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는 뜨거운 물을 받아둔 머그잔 위에 각각 옮겨 담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완성한다.

지욱에게 머그잔 하나를 내밀자, 머그잔을 받아든 그는 조금씩 식혀가며 마시기 시작한다.

"여전히 맛있다, 니가 내려준 커피~"

"원두가 그동안 방치돼서 향이 조금 날아갔어~ 크레마도 줄었고~"

루나의 집 안은 고소한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아일랜드 식탁에 앉은 두 사람은 말없이 각자의 머그잔을 들고 있었고,


따뜻한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걸 보던 지욱은 조용히 루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퇴원했다고 다 나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알아. 일주일에 한 번씩 재활치료 하러 병원 가야 돼."

"나 불러. 택시 타지 말고~"

루나는 얇게 미소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지욱은 머그잔을 내려놓으며 눈을 마주쳤다.

"혼자 괜찮겠어? 혹시..괜찮으면 우리 집에서 지내도 돼…"

"말만이라도 고마워. 정말 괜찮아. 그리고 어떻게 내가 선배 집에서 지내. 그렇게까지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아."

그를 힐끗대며 헛기침을 해대는 루나

"아니야, 그런 거…넌 나한테 짐..아니라고…"

"…"

잠시 후, 지욱은 자리를 정리하며 일어섰다.

"늦었으니까 이제 나도 슬슬 가봐야겠다."

그녀는 현관문 앞까지 그를 배웅한다.

"조심히 들어가"

지욱은 대답 대신 가벼운 손짓으로 인사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야, 그녀는 현관문을 닫았고, 입구에서 거실 쪽을 바라보자,

고요해진 집 안이 보였으며, 지욱 덕분에 금방 온기로 가득 차 그녀의 시린 발을 녹였다.

"혼자 있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유독 이렇게 남겨지는 게 왜 갑자기 이렇게 쓸쓸해졌지…?"

스스로에게 작게 중얼거리며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댄 그녀가 커피를 들고 창문 밖을 바라보니,

가로등 불빛 아래로 비친 나뭇가지들이 흔들리고 있었고, 이내 그녀는 묘한 낯섦을 느꼈다.

집 안의 공기가 갑작스럽게 무거워졌고, 뒤이어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에 이젠 두려워하기 보다 짐작이 갔다.

"몰래 지켜보지 말고 왔으면 나타나지?"

그녀는 조용히 물었고, 그 순간,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자 있는 건 언제나 쓸쓸하지."

거실 한가운데에 시안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났다.

여전히 검은 수트를 입은 그는 창백한 얼굴에 익숙한 냉소를 띤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고, 그의 걸음걸이는 소리 없이 부드러웠지만, 공간을 압도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언제 다시 또 명부가 올라올지 몰라."

"그럼 전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

불안에 떨며 묻는 그녀의 질문에 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문 쪽으로 걸어가 밖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기억해. 니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니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걸."

그가 다시 그녀를 돌아봤을 때, 모습이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하지는 마라. 최후의 순간에 나를 소환하면 내가 반드시 올 테니까."

시안의 모습은 푸른 연기로 사라졌고, 집 안에는 다시 정적만이 남았다.

루나는 한동안 그대로 멍하니 있었다.

시안의 말이 마치 퍼즐의 조각처럼 머릿속을 떠돌았다.

위로를 위한 말이 아니었음에도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되었다.

그 사이, 손에 들고 있던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당신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다고 꿈꾸는 모든 일을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 그리고 기적이 숨어 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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