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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r 01. 2024

서울 강남구 출판사 면접

질문의 해답

뜬금없이 김치 낙지죽이 먹고 싶어 본죽에 가서 포장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방금 나온 뜨끈한 죽이 담긴 종이가방을 오른쪽 팔에 걸었다. 갑자기 패딩에 있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모르는 번호가 찍혀 전화가 왔다. "뭐지? 면접 전화인가? "하고 순간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며 받았다. 곧바로 들린 낯선 사람의 목소리. "안녕하세요! 혹시 ㅇㅇㅇ 출판사에 지원하신 지은 씨인가요? 서류 전형 합격하셨고 ㅇ월 ㅇ일 면접 보러 오실 수 있으세요?"라고 물어왔다. 이내 바로 "네. 면접 보러 갈 수 있어요. 시간이랑 날짜 다시 확인하고 문자 드리겠습니다."라고 답을 했고 마침내 서울 강남구에 있는 출판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에 보러 가기 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면접관이 뭘 물어볼까. 대답은 잘 할 수 있을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출판사랑 연이 없는 걸로 생각하고 너무 크게 상심하진 말자. 그냥 난 그 순간의 최선을 다하고 편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오면 되는 거야."라고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 연습을 했었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비행기를 타고 아침 일찍 부산에서 서울까지 하늘을 가로지르며 또 다시 한번 꿈을 향해 날아갔다. 이 출판사의 면접 시간은 오전 10시. 평소 성향이 시간에 딱 맞춰서 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30분 정도 빨리 가서 기다리는 편이라 생각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서 주위의 상권과 회사 분위기를 천천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은 서울이었다. 확실히 서울 강남의 한 복판이라 유동인구도 많았고 오랜만에 서울 지하철도 타면서 작년에 잠시 방송 작가 일을 하면서 지하철로 출퇴근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제일 유동인구가 많고 흔히 얘기하는 잘 나가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있는 강남에 출판사 면접을 보러 간 것 자체가 취직 준비를 하면서 살짝 자존감도 낮아 있었고 조금은 지쳐있던 나에게 뭔가 짜릿하고 강렬한 자극제가 준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아. 내가 서울 한 복판에 있는 강남에 면접도 보러 올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 정도면 지금까지 취직 준비를 나름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잘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혼자 묵묵히 성실하게 그 날 할 일을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왔던 스스로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결과의 대해서는 너무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기를 바랬다. 출판사가 위치한 엘리베이터에 가는 동안 카페에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외국인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직장인들은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직장에 출근하고 있었다. 나도 그들과 같은 무리가 되고 싶은 생각이 조금은 강하게 들었다. 내가 갈 수 있는 직장에 한 자리를 가지고 그에 걸맞은 옷을 차려입고 아침마다 출근을 하며 저녁이 되면 퇴근을 하는 삶을 가지고 살고 싶은 그런 평범한 삶 말이다. 그렇게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을 하고 10시에 면접이라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면접을 봤다.




면접은 대표님과 1:1로 봤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고 그에 따른 대답을 했더니 대표님은 '지은 씨는 참 설득력 있게 말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혹시 출판 기획과 편집 분야 말고 마케팅 분야에 일 할 생각이 없으신가요?'라고 물으셨다. 그때는 솔직히 머릿속에 기획과 편집을 하고 싶었던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에 마케팅 분야는 현재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대표님이 면접을 볼 때 질문을 하실 때도 마케팅 분야가 나와서 속으로 '아 망했다.'라고 생각하고 았었는데 마케팅의 대한 일을 하실 생각이 없냐고 하셨을 때 '아차' 싶었다. 생각도 하지 못했던 마케팅 분야의 대해서 질문을 하실 줄 정말 꿈에도 상상을 못 하고 갔기 때문이었다. 대표님은 서류전형에 제출했던 '포트폴리오'와 '출판 계획서'를 보시더니 '대학생 때 열심히 살아왔군요'라고 하시며 역시나 예상했던 교지의 대해서 상세하세 물어보셨다. 교지의 대해서는 예상 질문에 속해 있었으니 자신 있게 알고 있는 대로 말씀을 드렸는데 차마 마케팅 분야의 대해서는 정말 예상을 1도 하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면접을 끝내고 대표님은 마케팅의 대한 질문의 대해서 내가 말하지 못했던 답변의 해답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말씀해 주셨다. 학부 때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듯 '마케팅'의 대해서 가볍게 배웠던 지식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아주 알량하고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던 스스로가 조금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출판 기획 편집자라고 해서 무조건 교정 교열과 기획과 편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이고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됐었다. 그날 이후 시간만 나면 '마케팅'의 대해서 공부를 한다. 도서관에 가서 각 잡고 공부를 하고 필기를 하거나 교보문고에 가서 마케팅의 대한 책을 여러 가지 찾아보며 그날의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는 않으리라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아얘 <마케팅의 전략>이라는 파일도 만들어 버렸다. 앞으로 조금씩 수정을 해서 더 완전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또 이 면접을 기회로 마케팅 분야도 지원할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꿈을 위해서 가는 과정은 결코 쉽진 않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경험으로 깨닫는 게 훨씬 더 생생하고 강력하다.


도전하고 뛰어들면서 배우는 부분은 내가 어느 부분이 부족하고 느껴야 되는 부분이 있는지. 개선해야 될 부분은 어디인지. 그 과정의 배움은 진심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려 나가는 사람들만 깨우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가고 싶은 직종의 면접을 보는 것은 꽤 의미 있고 영향력 있는 경험이라 생각한다.


사실 면접을 보면서 제일 중요한 건 그 면접을 보면서 "나는 과연 뭘 배웠는가다."


면접을 마치고 대표님께 들은 질문의 해답을 기억이 생생할 때 휴대폰의 메모장에 빠짐없이 다 기록했다. 이것저것 빠짐없이 적다 보니 순간 "뭔가 여기서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또 희한한 자신감이 문득 마음 속에 내재되고 있었다. 부산으로 내려 올 때는 기차를 타고 왔다. 가차 타고 내려오면서 또 확 스치는 이런저런 많은 생각과 걱정. 불안. 미래의 대한 불확실성이 머리 속을 지배했을까. 하루에도 수십번씩 감정의 소용돌이는 '긍정'과 '부정'을 불러 일으킨다. 졸업 전에 면접을 봤던 첫번 째 출판사였다. 서울에 있는 출판사가 또 나를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목표를 도달할 때까지 스스로가 지치지 않기를 아주 간절히 바래본다. 스스로 길을 만들고 헤쳐나가는데 있어 어쩌면 이 과정이 아주 당연하고 거쳐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는 요즘.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해 디딤돌을 하나씩 밟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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