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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Mar 25. 2024

한국인들의 소울 푸드는 김치가 아니었다.

지난 2년 동안 전국 일주를 했다. 어느 날은 주중에 며칠, 어느 날은 주말에 며칠, 또 어느 날은 당일치기로 천천히 한국을 돌아봤다. 그렇게 매주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2년 동안 한 곳에 정착해 살았다기 보단, 아주 긴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새로운 도시에 갈 때면, 그 동네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맛집 검색을 했다. 그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 종류가 있었으니.. 우린 여행 몇 달 만에 한국인들의 소울 푸드는 김치가 아니라 '이것'이었다며, 한국에 살러 오긴 전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남편이 대학생들에게 영어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학생들에게 한 질문 중 하나가 "K-pop 다음으로 해외에서 히트 칠 한국 문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였다. 이때 나온 대답 중 하나가 바로 이 음식이었다.


그건 바로 '국밥'이었다.


어느 도시를 가든 국밥 종류의 식당은 꼭 맛집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돼지국밥 (부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콩나물국밥, 곰탕, 갈비탕, 해장국, 우거지탕, 순대국밥 등 종류도 다양했다.


옛날 옛적 주막이 있던 시절, 사극에서나 보던 그 "주모~ 여기 국밥 두 그릇만 주시오."라던 그 음식이 여전히 집 밖에서 먹는 음식으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듯 보였다.


우리도 여행 때 국밥을 자주 사 먹었다. 신기한 건 어린아이들이 그 음식을 아주 좋아했다는 거였다. 작년 부산 여행땐 해운대 근처 어느 돼지국밥집을 너무 좋아해, 전날 저녁에 먹고 다음날 점심으로 또 먹으러 가기도 했었다. 나중에 부산에 또 오게 되면 이 식당에 꼭 올 거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우리는 아이들이 이제 더 이상 걷기 힘들다며 호텔로 돌아가자거나, 차로 돌아가자고 떼쓸 때마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이곳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며 힘내라고 말하곤 했다. 내가 한국에 살 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도시들을 여행하는 중이었고, 캐나다로 돌아가면 한국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지난 2년간 우리의 마음가짐은 정말 그랬던 것 같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여길 와 볼까..라는 마음에 왠지 조금은 아련한 기분으로 한국 여기저기를 훑어봤다. 아름다운 거제도와 외도를 돌아볼 땐, 여기를 들러보지 않고 캐나다로 돌아갔다면 한국에서 2년을 헛살고 왔다 생각할 뻔했다. 문제는 한국엔 아름다운 곳이 많아서 종종 그런 생각을 하며 여행을 다녔다는 것이다.


캐나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가보고 싶었던 곳을 빠뜨리지 않고 가보려 노력하고 있다. 아직 못 가본 곳이 울릉도인데 조만간 시간을 만들어 다녀오려고 한다. 마음 같아선 독도도 가보고 싶지만, 쉬운 여정이 아니라고 해서 아이들과 도전해 볼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다.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 음식이었던, 국밥을 자주 먹으며 열심히 여행을 했다. 광양 매화축제와 구례 산수유축제를 갔을 때도 먹었던 것이 국밥이었다. 축제에도 빠지지 않는 음식인 '국밥'이 진정한 한국인들의 소울 푸드였다고 기억될 것 같다.


캐나다에서 만들어 먹던 김치. 한국와서는 얻어먹거나 사먹게 되었다.
울산 여행 중 먹었던 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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