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말에 이사 와서 우선 집 내부 공사를 하고 사느라 정신없었고, 그러면서 회사 퇴사 시기를 고민하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3월 말 퇴사하고 나서야 제대로 텃밭 만들기 프로젝트에 몰입할 수 있었다. 우선 뒷집에서 넘어온 것 같은 대나무들을 다 베어 내었다. 그리고 반대쪽에 심어져 있던 낮은 나무도 베었다.
대나무는 땅 가까이 다 베어내고 이제 뿌리를 뽑아내려는 순간, 앗 이건 잡초 뽑듯이 잡아당긴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걸 느꼈다. 아마존에서 한국 호미를 주문했다. 비행기 타고 오는지 배 타고 오는지 2주가 좀 넘어서야 받을 수 있었다. 가격은 한 34불. 한국에 사는 엄마가 가격을 듣더니 엄청 놀라신다. 아무튼 무적에 호미를 손에 들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뿌리가 엄청 깊다. 그리고 잔뿌리들이 흙에 힘을 주고 박혀 있어서 이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심정으로 팠다. 열심히 쭈그리고 앉아서 파고 있자니, 옆집에 은퇴하신 60대 싱글 할아버지가 말을 건다.
'그게 그렇게 판다고 될 일이 아니고, 나처럼 약을 좀 쳐야 할 거야. 난 작년에 약 처서 죽길 기다렸다가 올해 말라 있는 뿌리를 잡아 뽑으니 이렇게 쉽게 나왔어. 너도 약을 쳐'
내가 답했다.
'전 여기다가 텃밭을 만들 거예요. 그래서 독한 약을 치고 싶진 않네요.. 시간도 많은데 한번 힘으로 해 보려고요..^^;;'
다시 할아버지가 말한다.
'내가 팁을 하나 주자면, 그냥 사람을 고용해. 조경 회사. 이 대나무들 뿌리 장난 아니야. 너네들 그냥 파서 하다간 어깨 다 나갈지도 몰라. 혹시 돈이 문제가 안된다면 조경 회사를 고용하는걸 적극 추천해'
'네. 한번 해보고 안될 거 같으면 그래야 될 수도 있겠네요'
남편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래도 우린 직접 해 보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호미로 뿌리 근처 흙을 파고, 옆에 흙이 쌓이면 삽으로 그 흙들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드디어 땅 속 깊이 있던 대나무 뿌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땐 잔가지에 흙들을 또 걷어내고, 삽을 지렛대 삼아 뿌리를 뽑아내었다. 그 작업을 한 달가량 한 것 같다. 한 2-3시간 하면 그날은 일 다한 거였다.
첫날에는 어깨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다. 대나무를 다 해치우고 나니, 뒷집과 연결된 펜스에 심어져 있는 세 그루에 나무가 남았다. 작년에 토론토 집 레노 할 때 샀던 합판 자르던 전기톱을 꺼내 들었다. 나무 자르기 용 톱은 아니지만 그냥 썼다. 장작 패려고 샀던 도끼도 사용해 봤다. 또 한 2주 정도에 걸쳐서 세 그루에 나무도 해결했다.
관리가 안되었던 뒷마당이어서 잔디가 듬성듬성 있었는데, 잔디도 호미로 걷어 내었다. 드디어 6평 정도 되는 뒷마당 흙이 나왔다.
그 사이 서은이 학교에서 채소와 꽃 식물들 씨앗을 파는 행사를 했다. 그래서 씨앗을 15불 한치 샀다. 집에서 애들과 씨앗을 뿌려서 했는데 첫 새싹을 보는데 딱 19일이 걸렸다. 난 씨앗에서 싹 틔우기가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인지 몰랐다. 거의.. 이건 실패인가 봐.. 할 때 싹이 올라오는 걸 봤다.
그래도 모종도 좀 샀다. 그리고 과일나무도 샀다.
뒷마당을 다 뒤집어엎고 나니, 벽돌들이 꽤 나왔다. 그리고 땅속에 돌들도 엄청 많이 나왔다. 이 벽돌과 돌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남편은 텃밭 가운데 지나가는 길을 징검다리 같은 식으로 큰 벽돌을 놓고 그 안을 자갈과 돌로 채우자고 했다. 그리고 작은 벽돌로는 테두리를 꾸미는 용으로 활용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뒷마당 텃밭이 점점 완성되어 가고 있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야채들을 먹을 날을 기대해 본다.
나무를 베고 돌을 골라서 따로 모아두고 있다.
바닥에 깔아둔 돌판을 다 걷어내려 했으나, 이게 그렇게 무거운건줄 몰랐다...결국 한줄만 걷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