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프터글로우 Oct 06. 2024

크리에이터 도전해 보기

불나방이 되어보고 싶다

어느덧 퇴사를 한 지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이직이 아닌 퇴사를 선택한 누구나 다 그렇듯

구체적으로 다음 스텝을 정해놓은 퇴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고 진행하는 당시에도 나에게 '불안'은 늘 자리해 있었다. 



그 깊은 마음속에는 늘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 가짐 때문인 것 같다. 

직장인은 망하는 일이 없다. 

못해봤자 고과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정말 망하면 잘리는 것인데 사실 정규직으로 일한다면 잘리는 일이 엄청 흔하진 않으니.

(이러한 경우도 있다! 없진 않다! 다만 자주 발생하진 않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회사가 아닌 어떠한 다른 새 출발인 경우에는 망할 수도 있다. 

회사를 다닌다면 보이지 않았던 나의 결과물이 산출물이 보이는 선택을 하게 된 셈이다. 

그래서 모두 퇴사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결과부터 말하면, 나도 매우 두렵지만 그 모두가 어려워하는 퇴사를 선택했고,

그리고 지금 나는 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두려운 일,

누가 보더라도 결과가 어떻다 알 수 있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면서도,

안 해보면 후회할 것 같은 일이다.

바로 요즘 mz 라면 모두 한 번쯤 해볼까? 생각해 봤을 '크리에이터'이다.






퇴사를 한 후 내가 사실 가장 처음 집중적으로 한 것은 휴식이었다. 

그동안 무작정 달려온 나에게 필요한 보상이었다. 



어린 나이이지만 몸도 여기저기 안 좋은 곳들이 생겨났고, 

그래서 이렇게 가다가는 건강 때문에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건강이 차츰 회복이 되었을 때쯤, 

슬슬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난 뭘 해봐야 할까?



일전에 이야기했었던 팟캐스트는 사이드프로젝트와 같은 느낌이라

그것을 통해 대단한 무언가를 이룬다거나

수익 창출을 기대하진 않았다. 



올해까지는 쉬어가는 해라고 스스로 정의를 했지만

스스로 직감했다, 이제는 고민을 끝내고 무엇이든 해볼 타이밍이라고. 



나는 부모님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해주시더라도,

어른이라면 밥벌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죽어라 노력해서 거기에서 수익을 조금이라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내가 좋아하면서도 미래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유튜브 알고리즘이 알아본 것인지, 

"나와 맞는 직업 찾는 방법"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우르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관련 영상을 3~4개 정도 보게 되었다. 



결국 모든 영상이 이야기하는 것은 비슷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위에 말한 "접점을 찾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면서, 이 세상(시장)이 필요로 하고, 내가 그와 관련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나의 가치관과 소명에 적용될 수 있는 일.



나는 나의 일기장에 각각의 요소에 내가 해당하는 부분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리곤 골똘히 이 사이에 어떠한 접점이 있을지 고민을 했다. 

처음 딱 내 머릿속에 들어온 것은, 

"선생님", "아티스트", "기획자"와 같은 키워드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크리에이터"였다.



내가 잘하는 능력치를 사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 

그리고 중요한 건 내가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면서 나는 나에 대해서 더욱 알게 되었다. 

아, 나는 재밌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생각보다 욕심이 많구나.

나의 노력의 결과물이 적더라도 온전히 그게 나의 것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렇게 스스로 마음속으로 결심을 하고서도 나는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일단, 가장 큰 마음으로는 이것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기에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그래서 과연 내가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나방이 불을 향해 뛰어드는 것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나와 어울리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왠지 더 밝아야 할 것 같고, 재밌어야 할 것 같고,

나는 꽤나 진지한 사람이고 재미도 없는데,

이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들이 생겨,

막상 시도를 하기가 두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박하경 여행기>라는 이나영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주인공인 국어선생님인 박하경은 주말마다 하루자리 여행을 떠난다. 

각 회마다 다른 인물들이 나와 박하경과 만나 그녀의 여행을 그려낸 드라마이다.



매 회 제목이 굉장히 독특하고 재밌는데,

2회의 제목은 <꿈과 우울의 핸드드립>이다.

박하경은 자신의 옛 제자 연주를 만나게 된다. 



연주는 예술가다. 

남들이 그녀의 꿈을 지지해주지 않았을 때,

선생님이었던 박하경은 그녀의 용기를 부러워하며 마치 불 속으로 뛰어드려는 불나방 같다고 한다.

"너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예술을 하고 싶은 거잖아."



연주의 전시회를 보러 군산으로 간 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이다.

연주의 전시회는 파리만 날리고 있었고,

그림은 난해하고, 

우스꽝스러운 공연을 한다. 

몇 년 동안 예술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모습을 그려냈다. 



꿈을 쫓는 일이 언제나 멋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꿈을 찾아가는 그 길은 행복도 있지만 우울고 있고 슬픔도 있고,

그 모든 게 합쳐지는 것과도 같았다. 

내가 앞으로 나의 꿈을 향해 간다면 이런 모습일까? 






이 드라마 말고도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가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역시, 어려울까?"라는 생각만 했다. 

이번에도 내가 여기까지만 생각을 했다면, 

어쩌면 나는 다시금 이 길이 맞을까 고민만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조금은 달랐다. 

예술이 뭔지 모르지만 예술이 좋아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연주를 보면서, 

사람들이 알아주든 아니든 "내가 무엇을 한다"라는 것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결과가 불 속에서도 타버리는 것일지라도,

내가 내 몸을 던져 기꺼이 불 속으로 뛰어드는 그 모습이 멋져 보였다. 

그리고 <꿈과 우울의 핸드드립> 에피소드의 마지막은,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공연의 마지막에 박하경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이 함께 전시의 일부가 되어 예술을 만들며 끝이 난다. 



그래, 결과를 신경 쓰기보다는, 

내가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을 했다면 나의 선택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필요하겠다.

불 속에서 오히려 타지 않고 강해져 무적의 불나방이 될지 누가 알아.



이렇게 앞으로 나의 목표는 정해졌다. 

구체적이지도 않고, 아직 정확히 무얼 할지는 모르겠지만,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되어보기로.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제일 위험한 곳으로 가보기로.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나의 모험을 후일담처럼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전 10화 독서-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