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다운것 같아
글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울리는 형태의 표현이었다.
누군가의 진심을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그 사람의 글을 보면 잃어버렸던 퍼즐이 맞춰진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알던 게 다가 아니구나"
또는 "역시나 너는 이렇게 생각했구나"
말이나 표정으로 전달되지 못한 진심이 나에게 닿았다.
그래서 나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로부터 쪽지나 편지를 받으면
아무리 오래되어도 꼬깃꼬깃해져도 버리지 못했다.
설령 지금 사이가 멀어졌더라도 나는 간직하고 있다.
그 마음들을.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 것은 작년,
그러니까 2023년 가을이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어야겠다는 결심만 몇 달째하고 있던 터라
그런 나 자신에게 내가 질려버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정말 뜬금없이 생각이 났다.
나의 생각과 글을 적기에는 sns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블로그에 적기에는 주제가 무겁다고 생각했다.
그래, 브런치는 글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적합하겠지 싶었다.
처음에는 작가 신청을 하고 통과를 해야 글을 올릴 수 있다길래
진입 장벽이 있다고 느껴졌다.
내가 과연 통과를 할 수 있을까?
괜스레 통과를 하지 못한다면 내가 위축이 되면 어쩌지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한 번에 통과가 됐다.
물론 내가 그 당시 브런치에 제출한 향후 작업 계획서에 쓴 내용과
내가 연재하고 있는 글의 주제가 매우 매우 다르긴 하나...
일단 그렇게 나는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 자신의 진짜 생각을 마주하게 되었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분명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했다.
퇴사를 한 후 한동안은 거의 휴식과 멘탈 회복에 집중하느라
브런치는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의 글을 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데에 집중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갑자기 다시금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다른 사람들의 글에 자극을 받은 것도 있고,
그리고 이 방황 또는 성장의 시기를 기록하며
퇴사 전 내가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가 되었던 것처럼 다시금 정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매주 연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일단 나는 브런치북을 연재를 하게 되었다.
비록 온라인상의 북이지만 한 번 쓰면 삭제가 되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그리고 미래의 내가 후회되지 않도록 진실되게 썼다.
브런치북을 방문해서 보시는 모든 분들을 위한 글이지만,
나 자신을 위한 글이었다.
내가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
29살의 나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물론 글을 쓰면서도,
1% 정도는 내가 작가로서 나아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위에 말한 것처럼 남의 말보다는 글에 감명받는 사람이기도 하고,
나는 글로서 나를 표현하는 것도 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교를 다닐 때도 작문을 하라고 하면
다른 친구들은 선뜻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그다지 부끄럽지는 않았다.
그건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오만에 빠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평상시 표현이 서툴고 미숙한 나에게 오히려 글은 나에겐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나는 나의 글이 부족하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사실 연재를 하면서 전업작가로 나아가는 것은 나의 길이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었고,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글 쓰는 것을 멈추면 안 되겠다는 결론도 내릴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가장 나 다울 수 있고,
진정성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나의 목적은 달성이 되었다.
글을 쓸수록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내가 어디쯤 와있는지 다시금 보이기 시작했다.
일기처럼 글을 쓰기만 하고 세상 밖으로 꺼내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개인적인 일기가 아닌 브런치북을 연재하는 선택을 했다.
이건 마치 오피셜(정규) 하지 않았던 것이 오피셜 해진 것과도 같이
나의 초심을 잊지 않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도 있다.
그리고 나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
또는 과거나 미래에 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정말 막막했던 사람도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그러니 힘내라고.
몇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이지만,
이 자리를 비롯해 제 글을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진심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