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반려식물에 대하여

Part II 완전한 반려란 없겠지만

by 책읽는 헤드헌터





여자분들 몇백만원짜리 백도 사는데,
17만원 투자해도 될 것 같아요!!



뱅고. 나의 친애하는 뱅갈고무나무 (20018.08-2022년 현재)



집앞 꽃집 여사장님의 말에 힘을 얻어 뱅고를 집으로 모셔왔다.

처음 뱅고를 집에 들여놓기로 고민했던 건 사무실에서 처음 뱅갈 고무나무를 보고나서다.

회사에 인원이 늘어나면서 우리팀이 다른층으로 사무실을 이전하게 되었는데 그때 사무실에 뱅갈 고무나무와 떡갈 고무나무 서너 그루가 멋지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집에도 이정도 사이즈 나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결국 들여놓게됐다.


초반에는 좌충우돌했다.

보름정도 지나면서 잎에 검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꽃집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감사하게도 바로 집으로 와주셔서 뱅갈이 상태를 봐주셨다.


“식물하고도 밀당을 해야해요”


나의 일방적이고 과한사랑이 과습을 불렀던 모양이다. 뱅갈고무나무에게 필요한 물, 햇빛, 통풍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부족했다.

걱정이 됐다. 애인하고도 못했던 밀당을 식물하고 할 수 있을까.


“연애 안한지 십년정도 돼 가거든요”


이날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자 친구들과 팀원들은 질색했다. 제발 어디가서 그런말좀 하지말라고. TMI가 심하다면서. 말하나 안하나 크게 중요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조심조심 낯선상대 뱅갈이와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 물을 주고 싶을때마다 참았다. 세번 참고, 한번씩 물을 줬는데 그 주기를 맞춰보니 한달에 한번이면 충분해보였다.

그렇게 새로 시작하는 달 월례행사처럼 매달 딱 한번만 뱅갈이에게 물을 줬더니 뱅갈이는 생기를 푸른잎을 돋아내며 싱싱해져갔다.


그렇게 2~3년 별탈없이 나름 잘 지냈다.

이제는 나도 어엿하게 식집사가 된듯 자신감도 생겼는데 딱 그맘때쯤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퇴근하고 집에오면 뱅갈이 화분속에서 기어 나온 지렁이가 거실바닥에 말라있는거다. 징그러웠지만 걱정하진 않았다. 토양이 비옥해서 지렁이가 사는구나 싶어서. 근데 비옥한 토양에 있으면 됐지. 이 지렁이는 왜 자꾸 화분 밖으로 나와서 말라 죽는 길을 택하는 걸까? 너무 자주 마른 지렁이 시체를 마주하자보니 무섭기도 하고 걱정되서 뱅갈이를 마당이 있는 엄마집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됐다.


화분을 갈아줘볼까.

마당있는 양평으로 보낼까.

내 생애 첫 나무를 이렇게 포기해야하는 걸까.


그렇게 고민하던 시점에

다행히 뱅갈이가 더이상은 지렁이를 토해내지 않아주었고 지금까지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

우리집 터줏대감으로서 새로오는 식물들 반장으로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때마다 거실로, 베란다로, 침실로, 옷방으로 환경을 옮겨주기도 하는데 어디서든 수더분하고 성실하게 그 자리를 잘 지켜준다.

지난주엔 뱅고에게 분무를 해주면서 그런 약속을 했다.

"결혼하더라도 꼭 데려갈께. 예쁜 화기에 분갈이해서" 뭐, 뱅고는, 그런 것은 다 됐다는 표정이었다.




지금으로도 충분해
특히 여름에 분무해주는거 정말 시원해. 분무 후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쐐면 얼마나 상쾌한지 모르겠어.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 창문 다 열어놓고 빗방울 한방울이라도 더 맞게
해주려고 애써주는 것도 너무 감사해
지금 이자리가 딱 좋으니 베란다에 머물게 해주면 돼.
침대방은 너무 어둡고 거실은 너무 트여있어서 쑥쓰럽고 옷방은 좀 심심해.
뭔가를 더 해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지금 만족해!





뱅갈이가 올때 뱅갈이 화분에서 자라던 아이를 2019년에 옮겨심었다. 아침엔 꽃 피우고 밤엔 세모로 오므린 모습이 사랑스럽다. 다른 사랑초는 자주색인데 우리집 사랑초는 늘 저렇게 초록색이다.



사랑초 (2018.08~현재)



뱅갈 고무나무 화분 위에서 자라던 아이를 분갈이해줬더니 이렇게나 잘 자란다. 아침에는 꽃도 활짝 피지만 저녁에는 다소곳이 잎을 접는다. 첨엔 뱅갈이 옆에 웬 풀인가 싶어 솎아내려다가 무성한 잎이 싱그러워서 그냥 두고봤더니 꽃도피고 날이갈수록 영역이 넓어지는거다, 혹시라도 뱅갈이하고 같이 있으면 불편할세라 분갈이를 해줬더니 저렇게나 몇년째 죽지도 않고 잘자란다. 제때 물만주면 손이 하나도 안가는 수더분한 아이다.






꽃기린 (2019.09~현재)


2019년 9월에 줄리가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집앞 트럭에서 꽃기린 포트를 하나 사줬는데 애가 너무 실해서 줄리랑 나눠 심었다. 그래서 각각 하나씩 키우고 있는데 처음엔 내 꽃기린이 줄리의 꽃기린에 비해 웃자라고 꽃이 많이 피지 않아 안달복달을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나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

당시 줄리 피셜, 그늘에 물을 많이 주니 웃자란 거라고 햇빛으로 옮기고 물을 좀 덜 주라고 팁을 줬다. 엄마랑 줄리 꽃기린은 가시가 크고, 꽃도 24개씩 달렸는데 내껀 겨우 서너개씩 꽃을 피워서 물을 주지 말아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가혹한 것 같아서 위치만 변경해줬다. 침대방에서, 보다 햇살이 가득한 거실 창가로. 지금은 나무랄데 업이 잘 자라고 꽃도 피우고 잔소리할일이 1도 없다. 알아서 잘크는 우리집 모범생스타일.

왼쪽 화기에서 오른쪽 안쪽 화기로 옮겨심었는데, 조금 더 자라면 겉을 둘러싸고 있는 베르그로 옮겨심을 작정이다. 엄마가 좋아해서 나도 좋아하게 된 꽃기린!!


혼자와서 화분 두개를 만들어냈다.


2021~현재


꽃기린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가지를 쳐줬는데 그 가지가 아까워서 마티아스 화기에 심었더니 또 이렇게나 잘 자란다. 예쁘다고 말해주는, 울집 방문객이 있다면 선룰로 줄 생각이다.

키가 너무 크고 있어서 걱정아닌 걱정이다~~~ ^^




블루매트 Bluemat (측백나무과) 좀눈향나무

고기리 농장에 베르그 토분사러 갔다가 선물 받은 아이다.

고기리 농장은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예약한 방문객에게 그날 그날 다른 식물을 선물해준다.

줄리랑 갔을땐 이아이를 줬는데, 첨엔 대체 이 아이는 뭔가 싶었는데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니 수형도 예쁘고 컬러감도 독특해서 자주 들여다본다. 볼매스타일의 아 아이는 거실 한자리에 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다.

노지 월동이 가능한 아인데 이렇게 집에 두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언젠가 기회되면 엄마집 마당으로 옮겨두어야겠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아이가 아닌지, 물을 주고 난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토분이 젖어있다.



왼쪽부터 아스파라거스(2020~)/ 아라우카리아(2021~)/ 율마 (2020~)


아스파라거스는 줄리랑 2020년 서종에서 샀는데, 잭과 콩나무처럼 물만 가끔주면 쑥쑥 자란다. 함께 두번의 겨울을 지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봄이되니 잎이 돋아나서 이듬해 봄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지금은 응당, 봄이되면 저렇게 다시 무성해지려니 하고 기다리고 있다.


아라우카리아는 2021년에 줄리가 선물로 줘서, 내가 제멋대로 심어봤는데 제멋대로 심은 것 치고는 손하나 안가게 잘 자라고 있다. 겨울에 크리스마스 트리로 잠깐 쓰고, 사계절 내내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는 아이다.


율마. 애증의 율마. 율마도 아디안텀처럼 데리고 올때마다 한해를 못보내고 떠나는데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율마가 원하는 게 뭔지. 자주 물을 주고, 통풍시켜주고, 햇살 가까운곳을 원하는 아이다. 이렇게 자주 줘도 되나 싶을정도로 물을 자주 줘야한다는게 핵심!!! 과습이 염려될수도 있으니 화기와 토양 상태를 두루두루 살펴보면서 줘야한다. 물을 줘도! 더 크고 무성하고 이쁜 율마였는데 위기가 와서 꽃가위로 다 쳐냈는데, 용케도 저렇게 다시 조금조금씩 자라고 있다. 올해도 잘부탁해 율마야. 오래오래 함께하자.



벨벳 알로카시아(2021.08~) & 베고니아 리버 (2021.08~)


줄리의 정원에 들렀다가 벨벳 알로카시아와 베고니아 리버를 데려왔다. 베고니아 시리즈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던 무렵이었는데 리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사귀어 볼 작정으로 데려왔는데 의외로 수더분하고, 손이 잘 안가고 혼자서 잘 자라주어 기특하다.


벨벳은 폭풍성장중이다. 이렇게 얼굴 큰 식물들이 좀 자라다가 하엽지면서 풀이 죽으면 줄기를 잘라줘야해서 속상할때가 많은데 벨벳 알로카시아는 줄기도 튼튼하고, 칼라디움같지 않아서 웬만해서는 하엽이 잘 지지 않는다. 쨍쨍하고 씩씩해서 마음에 든다. 줄리는 매번 어떻게 이렇게 식물을 잘 키우냐고 묻지만 알아서 크는 아이들만 공생중이다. 아닌 아이들은 알다시피 다 내곁을 떠났다. 그리고 식물들이 제일 좋아하는 짝꿍은 ‘자연’이다. 햇빛. 바람. 물. 이런 것들.


벨벳은 햇빛에 따라 얼굴방향을 달리하는데, 골고루 햇빛 쐬라고 방향을 종종 바꿔주는 정도로만 신경써주고 있다. 물을 많이 주면 잎 밖으로 물을 내뿜는다. 특이한 경험을했다.

물은 적당히!



포인세티아 (2020~)/ 테이블야자 (2000~)/ 무늬 아비스(2021~)


포인세티아 꽃이 지고 난후 웬만해서는 다시 꽃피우기 어렵다는데 2년 정도 함께했더니 다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신기한 경험! 보통 크리스마스 시즌에 기분내려고 포인세티아를 포트로 많이들 사는데, 꽃이 다 지고난 후 잎이 새파란데 꽃이 졌다는 이유로 버려둘수가 없어서 물도 주고 관심도 줬더니 어느 순간 수형이 너무 예뻐진거다. 그러더니 저렇게 빨간 꽃까지!!!! 포인세티아는 겨울에만 예쁜게 아니라는 사실!!


테이블야자가 제일 신입생이다. 내가 키우는 아이들 중에서!

애니상무님이 자리를 옮겼다고 선물로 사다주셨다. 오른쪽 베르그 토분에 분갈이를 하려고 마음 먹었으나 아직 고민중이다. 마음먹고 해야 하는 분갈이!!!


무늬 아비스는 줄리가 꿈의 상점 오픈선물로 보내준 선물이다, 아직 꿈의 상점에서 잘 자라고 있는데 때가 되면 내가 가져올 생각이다. 왜냐면. 내꺼니까!!!


박쥐란 (2021~)

행잉의 매력에 빠졌을때쯤 데려왔는데

행잉치고는 나름 물을 자주줘야한다. 박쥐란 더 크게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그러기엔 공간에 제약이 좀 있다. 박쥐란은, 플랜테리어 할때 포인트로 한두개 걸어두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식물이다!

물 주는 시기를 자주 놓쳐서 줄리가 집에 놀러올때마다 들여다봐주고 있다.



















** 이 글은 세개의 시리즈로 엮여 있습니다

Part I 나를 스쳐간 그 꽃들의 이름은

Part II 지금 나의 곁에있는 반려식물에 대하여

Part III 누군가의 기쁨을 위해 내가 떠나 보낸 아이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누군가의 기쁨을 위해 떠나 보낸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