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헤드헌터 Nov 22. 2022

인재집착경영

회장님 지인이 회장님에게 선물한책


사무실로 J가 찾아왔다. 사랑스러운 마카롱과 스콘, 크로와상을 잔뜩 들고서. 덕분에 사무실 동료들의 오후가 달달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니 언제 한번 근처 나올 일 있으면 사무실로 커피한잔 하러 오셔라, 는 메세지를 받고 꼭 와야겠다 생각했어요“


나같은 성격의 사람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니'라고 했으니 꼭 와야할 것 같았다며 집도 회사도 하남이지만 삼성동까지 찾아와준 채용면접관 동기 J.


나 같은 사람?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지?

나는 나름 나를 꽤 잘안다고 생각했는데, J를 통해 듣는 나를 돌아보며 조금 놀랐다. 나는 그저 남들만큼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를 훨씬 웃도는 적극성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나보다.

“저는 저보다 더 열정적인 사람은 처음봤어요”

라고 말하며 J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서 사무실까지 나를 찾아왔다고 했는데 사실 함께 ‘채용면접관’ 과정을 도전하는 동안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적극성+열정은 고작 30% 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렇게 말할 정도면 결국 나의 적극적인 태도와 열정은 과하게 비춰질 확률이 높다, 는 것.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어쩌다 이런 성향을 장착하게 된 걸까….)


"friends with benefit 이라는 영화에 여자 주인공 직업이 헤드헌터거든요. 그 영화를 통해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대해서 처음 알았고, 제니퍼를 보면서 저 정도는 열정적이고 적극적이어야지 헤드헌터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J가 만난 영화속 헤드헌터는 어떤 이미지였을지 궁금하다. 이번 주말에는 무조건 저 영화부터 한번 봐야겠다. 우연한 계기로 만났지만 왠지 둘도없는 친구가 될 것 같은 느낌의 J에게 헤드헌터라는 직업을 권해보았다.

거리낌없는 태도와 적극적인 성향, 공부하려는 열정과 태도가 헤드헌터로 너무도 잘 어울리는데 큰 관심은 없는 것 같았다. 잘할 것 같은데.


퇴근 후 집에와서 오늘도 22전략 실행을 위해(하루 2시간씩 읽고 쓰기, 2년동안) 회장님이 주신 책을 펴들었다. 맨 앞페이지에는 회장님께 드리는 짧은 메세지와 함께 저자의 사인이 있었다.

다소 좀 지루하게 읽는둥 마는둥 책장을 넘기다가, 한 줄에 꽂혔다.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헤드헌터 감별법.

        

















절대 만나서는 안될 헤드헌터 감별법, 그런게 있나?

대체 뭐라고 쓰여있는지 집중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읽었다.


최고의 헤드헌터를 찾기 전에 우선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헤드헌터를 감별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인재를 찾는 고객사의 외견상 까다롭고 디테일한 요구사항에 명확한 논리없이 그 조건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할 경우, 그들의 실력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맞는 말이다.

시장상황과 고객사의 market share, 마켓 평판, 인재 풀, 최근의 해당포지션 후보자들의 이직동향에 대해 짚어주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헤드헌터는 내가 봐도 문제가 있다.

pass.


또한 서비스 보증기간을 줄이려고 하면서 자신들은 인재채용에만 집중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절대적으로 피해야한다. 헤드헌터는 기업에 인재를 추천해서 채용이 된 이후에도 고객이 채용한 인재가 일을 잘 하고 있는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당연히 추천한 후보자가 불가피하게 회사를 떠난다면 일정 기간내에 받았던 수수료를 돌려주든지 동급의 인재를 충원해줄 의무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피하거나 최소화하려는 업체가 있다면 역시 피해야 한다.


헤드헌터가 인재를 추천해서 채용이 된 이후에도 고객이 채용한 인재가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신경써야 한다, 는 부분에서 후보자가 고객사에 입사한 후 일을 잘하고 있는지 물론 신경을 쓸수는 있다. 입사 후 어떻게 지내는지 hiring mgr를 통해서, HR 혹은 대표, 후보자 본인을 통해 잘 지내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채용이 된 이후 언제까지?라는. 언제까지 헤드헌터는 후보자를 '보증'해줘야 할까? 언제까지 guarangee 해주면 헤드헌터 수수료가 합당한걸까?

헤드헌터는 기업에 인재를 추천한다. 그런데 그 인재가 고객사 인사담당자나 hiring mgr 잡인터뷰 없이 입사가 가능할까? 헤드헌터가 고객사의 needs에 맞춰 인재를 추천하지만 그 인재의 적합성여부에 대한 인터뷰는 고객사에서 더 정밀하게 해준다. 헤드헌터가 먼저 사전인터뷰를 진행함은 물론이다.


헤드헌터가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면서 받는 비용은? 없다. 언제나 free다. 그 인재가 채용이 되어야만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채용이 되지 않거나 갑자기 헤드카운트 이슈로 포지션이 홀딩된다거나 떠나기로 한 팀원이 떠나지 않아서 채용건 자체가 취소된다면? 세달이고 네달이고 인재를 찾고, 사전인터뷰를 하고 추천한 헤드헌터에게 고객사는 아무런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왜? 우리 업은 success base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그 모든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후보자가 입사했는데 후보자의 귀책사유로 후보자가 퇴사했다. 그때 어떤 기업은 채용과정을 마무리해준 헤드헌터에게 동일한 수준의 인재를 다시 찾아주거나 그게 어렵다면 이미 입금해준 수수료 전액을 환불해달라고 한다. 우리 회사는 가급적 기초공사비 명목과 후보자가 입사해서 일한 일자를 prorate 해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수료를 환불해준다.


그럼 여기서 문제하나.

후보자의 귀책사유가 발생했다면 헤드헌터는 과연 후보자의 입사 후 언제까지 그 책임을 져야할까?

3개월? 6개월? 1년? 2년? 혹은 영구적으로?

나의 경우 통상 3개월로 협의한다. 최대한 그 기간내 잘못된 것은 바로잡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력상의 결함을 발견해내지 못했다면 그건 명백히 헤드헌터의 책임이지만,

그외 케이스들에는 가치 판단이 힘든 상황들이 너무도 많다. 


현재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성공에 집중하기보다는 담당자와의 개인적 관계형성에 더 치중하거나 오더나 턴키오더까지 은연중에 욕심을 내는 업체들이 있다면 이역시 경계대상이다. 비즈니스나 시장의 현황에 대한 이해력 부족을 빈번히 드러낸다면 큰 리스크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무조건 예스맨의 자세를 보이거나 질문이 없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고객측에 추가적인 자료 요청이나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이역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예스맨의 자세를 취하지 않고,

질문이 너무 많고, 고객사에 추가적인 자료를 요청해도 좋은 헤드헌터라는 평을 얻기 힘들다.

왜? 나는 그렇게 일하다 밉보인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질문이 많다고, 왜 거기까지 궁금하냐고....


그러나 나는 매번 질문한다. 

왜냐하면, 고객사가 원하는 인재의 자격요건이 모호한 상태로 적합한 후보자를 찾는 일도 어렵지만 그런 후보자를 용케 찾았다고해도 조직과 포지션, 회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없이 그런 인재를 설득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

...

.


그것까지 헤드헌터가 알아야해요?

추가적인 자료는 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가 드린 내용 안에서 찾아주세요.

그냥 JD 없으면 없는대로 찾아주세요.

그런 것 까지 일일이 제가 설명해야 하나요?

조직의 팀원 숫자는 왜 궁금하세요?

전임자가 퇴사한 사유가 중요한가요?

인터뷰 프로세스는 아직 미정입니다.

연봉버젯? 그런거 없으니 일단 찾아주세요.

회사명도 위치도 오픈하지 말아주세요.

....

...

.

내가 자주 들었던, 여전히 자주 듣는, 나를 Demotivate되게 만드는 HR의 답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현직 헤드헌터의 <전문 채용면접관> 1급 자격 도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