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어느 공공기관 요청으로 <인재채용 전문가 양성교육> 에 현직 헤드헌터로 부터 듣는 직무분석, 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하필이면 비가 오는 월요일이었고, 공무원들과 직업상담사를 대상으로 한번도 해본적 없는 강의였던 터라 평소보다 더 많이 긴장했는데 ‘실수가운데 은혜롭게 해주세요’라는 나의 오랜 기도제목처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강의평가 95점+앵콜요청이 있었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이날 강의는 비대면+대면 참석자가 100여분 정도 되었는데, 강의 후 즉석에서 즉문즉답 시간중 헤드헌터가 되고 싶다는 어느 수강생의 질문에 시간관계상 충분한 답을하지 못했다. 헤드헌터의 연령제한이 있는지,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지, 헤드헌터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세가지 질문이었는데, 브런치에 그에 대해 더 자세히 남겨주겠다, 약속하여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연령제한이 딱히 있지는 않지만 각각의 서치펌 특성상 다르겠지만 시니어 채용이 제한된 분야는 아니다. 다만, 시니어의 이전 경력이 현재 헤드헌팅 비지니스에 도움이 될수록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바이오 연구소 출신들이 헤드헌터가 되어 그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바이오 전문 헤드헌터가 되는 경우도 있고, 반도체 임원이 퇴임 후 반도체 분야 채용을 전담하는 헤드헌터가 된 사례들도 있다. 연배는 높더라도 이전 커리어를 활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서 해당 분야 채용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내 경우에 처음 3년간은 IT 분야 채용을 주로 담당했었다. 외국계 보안 솔루션 기업, 이름을 들면 알만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들, 그래픽 카드 회사 등 다양했는데 지금의 회사로 이직할때는 IT 팀 헤드헌터 채용계획이 없다고 하셔서 제조팀으로 면접을 보게 됐다. 평소 제조분야 인재 컨설팅에 관심이 있었기에 새로운 산업에 대해 남들대비 2배이상 공부해가면서 3년만에 또다른 산업분야에 도전하게 됐다. 그렇게 제조분야 채용을 담당한지 올해로 10년째다. 나의 학력이나 경력에 제조 백그라운드는 전무했다. 그렇다고 기계의 구조를 이해할줄 아는 공학도도 아니었다. 함께 파트너로 일하던 인사 담당자가 전자부품업체에서 국대 대기업 바이오회사로 이직하게 되면서 바이오 분야 채용을 맡겨준 적이 있다. 그때나는 회사 내 바이오 채용 전문가에게 해당 포지션을 맡아줄것을 요청했는데 그때 그 인사담당자는 “제니퍼님이 전자부품 엔지니어 채용도와준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바이오 채용도 밤새 공부한다면 시간을 걸리더라도 인재 채용을 도와줄수있을거란 확신이 생겼다. 바이오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옮긴 회사의 채용건을 맡아달라“고 말했다. 분명 자신은 없었지만 나를 믿고 기회를 준 고객사 HR 을 실망시키고 싶지않아서 바이오 제조 현장 방문하고, 새벽 세네시까지 공부한 결과 처음엔 외계어 같던 후보자분들의 경력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업에 후보자를 추천하기 전에 후보자와의 사전인터뷰 시간을 보통 30~1시간 정도 가지는데, 모르는 용어와 개념이 많을땐 이 인터뷰가 다소 두렵기도 하다. 그때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공부+ 질문이다. 구글링이나 기사를 통해 얻은 지식을 ‘생생하게 살아있는 정보’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직 후보자들로부터 업계 상황을 듣는 것이다.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위해 되도록 다양한 규모의 회사에 재직중인, 같은 포지션의 후보자들에게 업계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다시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돌아가자면 인재채용 분야를 선택할 수 있지만, 한 분야에 대한 서치전략과 인재채용 방법을 제대로 아는 헤드헌터는 또 다른 분야의 인재채용이 그리 어렵지 않다, 는 이야기를 덧붙여드리고 싶다.
지금 바로 구글검색창에 <헤드헌팅 채용>이라고 검색해보시면 된다.
다양한 서치펌에서 헤드헌터 채용 공고를 올려두었을 것이다. 혹은 국내 서치펌 리스트를 chat gpt에게 물어본뒤 각각의 서치펌 홈페이지를 방문해보고, 평소 관심있었던 기업이나, 홈페이지 통해 회사에 대한설명을 듣고 더 관심이 생기는 기업의 대표 메일로 이력서를 보내보는 방법을 추천드리고 싶다.
링크드인에서 검색되는 수많은 헤드헌터 중 마음에 드는 프로필+경력을 가진 헤드헌터에게 ‘직접 이력서를 보내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의 경우에는, 스타트업에서 함께 일했던 임원분이 두명의 헤드헌터 명함을 주셨는데 그중 IT 인재채용을 전문으로 하는 대표님에 의해 헤드헌터로 발탁되었다. 스타트업이 클로징하는 과정에서 이직에 대한 컨설팅을 받아보라고 명함을 주셨던 건데, 내 이력서를 받은 서치펌 대표님은 나에게 헤드헌터라는 직무를 권해주셨다. 취재기자로 시작했다가, 외국계 인재들을 위한 릴로케이션 서비스도 경험해보고, 스타트업 마케팅을 담당했던 나의 경력에서 후보자 역량검증 인터뷰를 잘 할것 같고, 영문 JD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포지션 혹은 후보자에 대한 셀링을 잘 할 수 있을거란 기대를 하셨을 수도 있다.
지금 우리 팀 구성원들 대부분은 처음부터 헤드헌터는 아니었다. 간호사, 다이어트 컨설턴트, 캐드 엔지니어, SCM 등 다양한 직무 담당자들이었는데 대부분은 나의 제안으로 헤드헌팅 업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전혀다른 직무를 담당했던 분들에게 헤드헌팅 업무를 제안할때 내가 주로 평가한 것은 배움에 대한 의지, 업무에 대한 센스, 후보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이 일을 해보고자 하는 열망이었다. 초창기 팀을 꾸릴때는 이 일을 해보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기회를 주곤 했었는데, 헤드헌터가 가져야 할 역량은 70%이상이 타고난 비인지역량(소프트스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는 보다 심층적인 인터뷰를 하는 편이다. 헤드헌터가 되고자 하는 진짜 이유, 그간의 업무경험에서 본인이 이루었던 성과, 헤드헌팅 업무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는지(왜곡된 내용이 있다면 바로 잡아준다, 그 친구의 업무를 대하는 태도나 성향이 나와 맞겠는지 우리팀에 조화를 이룰지에 대해서도 고려하게 되었다.
어느 대학을 나와 어느 학과를 전공해야 한다거나 어떤 경력 혹은 자격증이 필요한 직무는 아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아무나 이 분야에서 흔히 말하는 ‘억대연봉 이상’ 혹은 ‘고객사와의 두터운 신뢰’를 얻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잘할 수는 없는 재미있고도 특별한 일이다.
하드스킬과 관련된 특별한 경력조건은 없지만, 헤드헌터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할 소프트 스킬은 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 협상력, 통찰력, 문제해결능력, 스트레스 관리능력 등이 그것이다.
왜 이 5가지 소프트스킬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보다 세부적으로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