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ny Jul 09. 2019

혼자서도 잘하기

프리랜서는 건강이 재산

당연한 얘기지만 프리랜서는 아무도 나를 관리해주지 않는다.

회사처럼 매년 건강검진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세금 신고, 각종 보험, 연금 등등 회사가 대신해줘서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것들을

모두 혼자 관리하고 처리해야 한다.

내 지인 중 하나는 회사를 관두고 싶어도

저렇게 회사가 관리해줬던 것들을 본인이 다 할 자신이 없어 관두지도 못하겠다 한 적이 있다.

그냥 하다 보면 다 하게 되지만, 확실히 그런 면에서 회사가 편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프리랜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보니 

어떻게 보면 회사 다닐 때보다 신경 쓸 일도, 할 일도 더 많은 것 같다.

스스로 영업해서 일을 만드는 것부터가 프리랜서의 가장 큰 과업이지만,

자체 출퇴근 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생활 패턴과 생체 리듬이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물론 일이 없는 날에는 백수 취급을 당할 수도 있다.

(아마 프리랜서로 사는 이상 그건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은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중요한 '자기 관리'에 소홀했던 탓이다.

난 원래 아침형 인간이라 아침에 일어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출근이라는 압박이 없으니 밤에 일찍 잠드는 것이 특히 어려웠다.

늦게 잠들어도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니 피곤이 쌓이는 이상한 악순환이 이어졌고,

이런 습관이 결국 내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게다가 종일 앉아서 모니터를 쳐다보며 키보드만 두들겨대니

면역력은 자꾸만 떨어지고...

몸 이곳저곳이 고장 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회사 다닐 땐 몰랐는데 집에 앉아서만 일하다 보니 '활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다.

덕분에 올초에는 의도치 않게 계속 병원 투어를 했다.

어딘가 크게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진 건 아니었지만, 자꾸 자잘하게 병원 갈 일이 생겼다.

지독하게 오래가던 감기가 나으면 피부가 말썽이고, 피부가 나으니 이가 말썽이고

이를 치료하면 난데없이 발목 인대를 다치는 식이었다.

다행히 발이라서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한동안 깁스를 한 채 꼼짝없이 갇혀 일만 했던 걸 생각하니 그게 만약 손이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언젠가 급체해서 영혼이 다 빠져나간 상태에서도 마감을 해야 했던 그 날의 나도 생각난다.

아파도 슬퍼도 이 악물고 마감을 지켜야 하는 프리랜서의 숙명.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

'흑 - 내가 이러려고 프리랜서가 된 건 아닌데...’


강제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했던 회사원 시절과 달리 -

혼자 일하면서부터는 모든 일에 스스로 강제성을 부여해야 했다.

일이 있든 없든 아침에는 일찍 기상하기.

정말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는 시간은 새벽 2시를 넘기지 않기.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은 꾸준히 운동하기.

쉬는 날이라고 그저 의미 없이 흘려보내지 않기 등등

단순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지키기 쉽진 않다.

그래도 인간답게 살려면 지키는 수밖에.


아무튼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특히 건강관리에 더 신경 쓰기로 했다.

혼자서 해내야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프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지.

그래서 바닥까지 떨어진 면역력을 높인답시고 각종 영양제에 홍삼에... 건강식품을 열심히 챙겨 먹기도 하고

다리가 낫자마자 한동안 쉬었던 수영도 다시 시작했다.

나가서 일하는 시간도 늘렸고, 틈만 나면 공원을 돈다.

내가 이렇다 보니 -

프리랜서로 일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는 분들을 보면 진심으로 존경스러운 생각부터 든다.


원래 누구나 아플 때가 제일 서러운 법이지만

아무도 나를 대신해줄 수 없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아플 땐 더 서럽기 때문에.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