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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Jul 19. 2019

프리랜서로 일하며 불안해질 때

하나만 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

프리랜서로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일이 없을 때가 아닐까.

일이 많아서 바쁜 것도 물론 힘들지만,

노동의 대가가 입금으로 돌아오니 사실 바쁜 건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직장인들이 월급날을 기다리며 버티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프리랜서도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일단 번역을 하고 있는 나는 신기하리만큼 일이 한꺼번에 확 몰리는 날이 있는가 하면

썰물 빠지듯이 갑자기 여유로워지는 날도 있다.

나는 기술산업 분야의 번역을 하고 있지만, 출판 번역이나 영상 번역을 하는 분들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아마도 비슷하지 않을까.


예전에 어떤 번역가 분이 그런 말을 했다.

이 바닥은 누가 얼마나 더 오래 버티냐의 싸움이라고.

대개 상위 1%에 해당하는 번역가들이 있고

그 밑에 수많은 번역가들이 서로 경쟁하는 피라미드 구조이다 보니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잡기가 그만큼 힘들고,

그 과정에서 견뎌낼 인내심과 버틸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분은 나와 다른 분야의 번역가셨지만, 번역 업계에서는 다 통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번역 외의 분야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고.

실제로 이 바닥에 겁 없이 뛰어들었다가 얼마 못 가서 그만두는 케이스를 여럿 봤다.

솔직히 번역은 몇 년씩 버티다가도 그만두는 사람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보는 것과 직접 해 보는 것은 그렇게 차이가 크다.

나 또한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이다'라는 말을 이해하게 됐으니까.

나는 번역을 강제(?)로 시작한 경우라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멋모르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이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


일이 있다가 없으면 처음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납품한 번역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혹시 메일에 무슨 실수라도 한 건 아닌지.

한가한 시간이 길어지면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이제라도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는 사이에 또 일은 들어오고, 같은 순간들이 반복된다.

문제는 그 여유롭고 한가한 시점을 어떻게 견디냐는 것.

업데이트한 이력서를 다시 뿌리며 거래 업체를 끊임없이 늘리고

바쁠 때 못했던 일을 처리하고 취미 생활도 즐겨 본다.

잠시 일이 없어도 휴식을 즐기며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또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잠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 일이 다시 들어와도 불안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들 대놓고 내색하지 않을 뿐 경력이 쌓여도 비슷한 상황이 되면 또 그런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리랜서들이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에도 도전하는 모양이다.

번역을 하면서 글도 쓰고, 책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고, 강연 같은 것도 하면서 말이다.

불안한 직업인 만큼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다양한 일을 모색해 나가는 것 또한 프리랜서의 삶을 유지하는 방법일 테니.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자기 분야에서 살아남는 일도 더 치열해지고 버거워지는 것 같다.

이걸 극복하는 것이  성공적인 프리랜서의 삶을 위한 과제인지도 모르겠다.


바쁘든 한가하든 조금 더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얼마나 더 내공을 쌓아야 할까.

내 성격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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