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를 했다. 아프리카였고, 모로코였고, 메르주가였고, 사하라 사막이었다. 사막투어를 가기 전 게스트하우스에서 핸드 포크 타투이스트 k를 만났고, 새겨버렸다. 발에.
10년을 고민했다. 나이를 먹으면 타투 한 걸 후회할까 봐. 후회하면 지운다던데. 지우는 게 더 아프다던데. 그래서 미루기만 했다. 서른이 되면 나름 어른이니까, 그쯤 돼서 하는 결정에는 후회가 적거나 없을 테니까. 서른 살 즈음이 돼서 하자고. 그렇게 갖고 싶던 타투 하나 없이 나이만 먹었다. 스무 살의 나는 서른에 대해 참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었구나.
후회하지 않기 위해 선택을 미루다 보면 어쩌면 내가 하루하루를 그저 후회하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후회 그 까짓게 뭐라고. 후회 안 하는 사람이 어딨다고. 난 후회 같은 거 안 해 라고 말하는 사람도 뒤돌아서서 그 말을 후회할 것 같은데. 아님 말고.
자기가 한 선택을 맞는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만큼, 잘못 선택해도 후회하고 반성하고 (가끔은 합리화하면서 우기고) 책임지는 사람도 멋있고 인간적이다. 그게 나고. 헤헷.
내 10년의 고민은 10분 만에 완성이 됐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미룬 건가 싶을 정도로 타투는 앙증맞았고,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허무했다. 이게 뭐라고. 나는 그 시간을. 타투 하나 없이. 고작 다섯 글자 짜리 글씨 새기는 주제에. 10년 고민했다고 하면 누가 보면 등에 용이라도 한 마리 있는 줄 알겠네.
80이 돼도 청춘일 나의 젊음을 위하여. 백발의 청춘도 가능하다고 믿기에. 왜 발에 새겼냐면 예전에는 마음이 젊어야 청춘이라고 생각해서 가슴 근처에 새기려고 했는데 요즘은 발만 젊어도 청춘이지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이 먹어도 부지런히 돌아야지.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감각을 채워야지. 그렇게 계속 청춘인 채로 지내야지. 유럽에서 본 할머니들처럼 더우면 핫팬츠를 입고, 남편 손 꼭 붙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야지. 하는 마음을 꾹 담아서. 내 발에 youth.
옆에 비행기를 같이 그릴까 하다가 말았다. 비행기 말고 더 멋진 운송수단이 80 되면 나올 것 같아서. 아님 말고.
아마 한국에 있었으면, 문구부터 어디서 받을지 까지 만날 천날 고민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거다. 바뀐 상황은 사람을 유연하게 해 준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 보자. 정말 하고 싶으면 10년이 지나도 하고 싶다. 후회는 나중에 내가 하는 거다. 손톱만 한 타투를 후회하기엔 나는 아직 너무 젊고. 앞으로도 계속 젊을 것 같고.
아무튼 세계일주를 하다가 마침 사하라 사막에서 타투이스트를 만나 발에 타투를 새기는 낭만적인 경험을 한 여행자는 나 밖에 없을 거야. 이러려고 미뤘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