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Jan 27. 2019

길 위의 수납장을 알아보는 사람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고, 그러고도 여전히 사랑해서 어쩔줄 모르는 커플을 알고 있어요. 그 커플에게 매번 물어봅니다. 어떻게 서로를 알아봤어?


그럼 한결같이 말해요.

이 사람은 좀 다른 느낌이 있었어. 라고요.

우연히 길을 가는데 수납장 하나가 놓여있었어요. 되게 이상하잖아요. 가게 앞도 아니고, 그냥 도로에 툭 하고 던져진 것처럼 수납장이 있다는게요.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 살펴보고 지나갔어요. 그런데 가는 내내 마음에 걸리는 거에요. 어떤 프랑스 작가가 쓴 <모자가 된 남자>라는 책도 생각이 나고요, 혹시 수납장이 된 남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국 여행중임에도 불구하고 가던 길을 돌아서 다시 그쪽으로 갔어요.


이런게 인연은 아닐까요. 누군가 서성이면서 그 수납장을 구경하는게 아니겠어요? 가까이 가서 뭐하세요, 하고 물으니 길에 이런 수납장은 좀 이상하지 않냐고 하는 겁니다. 강아지나 고양이, 동전이나 과자봉지는 괜찮지만 수납장은 좀 이상해서 보고 있었다는 거에요.


둘은 건너편 카페에서 지켜보기로 했어요. 사람들이 수납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궁금하기도 했고요, 모자가 된 남자 이야기가 여전히 신경이 쓰였고요.


사람들은 아예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냥 가던 길을 가고요, 하던 일을 하던걸요. 우리는 킥킥 웃으면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나눴어요.


시간이 좀 흘렀을까요. 건너편을 살짝 보니 수납장은 온데간데 없더라고요. 그 둘만 이어주고 사라져버린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생각했어요. 길에 수납장이 있는게 영 이상해서요. 역시나 다시 돌아간 곳에는 그냥 수납장만 있었고 아무도 없었어요.  


아, 수납장을 알아보는 사람 어디 없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한 사람이 취업에 성공했다면 일단 놓아주는 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