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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28. 2019

애증의 슬리퍼

우리의 커플 슬리퍼는 그곳에 두고 올게요.

슬리퍼가 있거든요. 사랑하던 사람과 커플로 맞췄던 슬리퍼. 신발은 선물하면 안된다고 하던데, 거짓말처럼 얼마 후에 우리는 헤어졌어요.


사랑은 떠났지만 신발은 남았잖아요, 몇번이고 버리려 했는데, 추억이 떠올라서 다시 주워오게 되더라고요. 여행지에서는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번 여행에 들고 왔어요.


마음을 깨끗하게 털어내지 못한 벌 일까요.

슬리퍼를 신고 하루만에 다리를 다쳐서 여행 내내 고생중이에요. 쉬엄쉬엄 여행을 해도, 약을 먹거나 발라도 나아지지를 않습니다. 설마 슬리퍼 때문일까 싶어서 중간에 한번 더 신었던 것이 또 화근이었어요. 아, 이토록 미련한 사람이 있을까요.


그사람은 이 슬리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이별할 때 몸도 마음도 아팠을까요? 그때는 한참 마음이 아파 울었는데 오늘은 다리가 아파서 울었어요. 그리워서 울었고요. 슬리퍼를 도대체 왜 들고 왔을까요.


추억을 질질 끌고 사는 사람은 자주 마음이 무거울거에요. 오늘을 살려면 내려놓고 가야합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뿐하게 가는 즐거움을 알아야해요.


아직 버리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떠나는 날, 슬리퍼는 숙소 신발장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올까 합니다. 이런 추억들은 가끔 흘리고 떠나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몸과 마음이 덜 아플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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