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_ 5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한 사람을 두고도 매일 다르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말은 매일 달라서 어떤 말이 사실인지 혼란스러웠다. 하루는 '쟤는 어쩜 저럴 수 있냐'며 웃기는 애라고 말하고, 다음 날은 '얘처럼 자기랑 잘 맞는 사람은 또 없다'며 재밌는 애라고 말하곤 했다.
그녀의 입은 쉴 새 없이 종알종알 거린다. 내용은 대체로 궁금하지 않은 불필요한 말들이었다. 입은 새털처럼 가벼워 돌아서면 내 얘기도 쉽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조심하고 거리를 두어야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곁에 없으면 또 허전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변덕스러운 날씨 같은 그녀의 태도처럼 그녀를 향한 내 마음도 오락가락했다.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신경을 쓰다 보니 그 사람을 만날 때면 감정소모가 심했다.
"너는 그 사람 안 피곤해?" 그 사람과 거리낌 없이 지내는 친구에게 물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렇잖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좀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때?" 친구가 말했다.
아! 세상은 원래 내가 전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있을 리 없지. 원래 그런 사람인 걸 내가 혼자서 이러니 저러니 피곤하게 생각했었구나!'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띵했다.
관계는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고 이해하면서 두터워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헤아리려 할수록 오히려 더 피곤해지고,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 꼭 한 명쯤은 있지 않은가. 반대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지 모른다.
출근길 교통 체증이 유독 심한 날이 있다. 화창할 거라 기대했던 일기 예보와는 다르게 변덕스러운 날도 있다. 세상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고, 짜증 나고 불편해도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그런 거라고 여겨야 하는 일들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사람이 있는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머릿속을 맴도는 사람이 있다면 속으로 외쳐보자.
"맞아. 세상엔 그런 사람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