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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Aug 11. 2023

미니멀한 살림이야기 마지막편 - 물건버리기에 대하여

 가끔 가스 점검이나 아파트 정기소독을 오시는 어머님들이 저희 집 보면서 ‘왜 이렇게 집에 물건이 없어요? 엄청 깔끔하게 하고 사시네요.’ 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너무너무 기분 좋습니다. 그 분들은 수많은 집들을 방문하시는 분들이고, 저에게 립서비스할 필요도 없으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집안 물건을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매일매일 짐들을 처분하기 시작했어요. 이사할 때 군짐이 정리된다고 하던데 아기낳고 한번도 이사한 적이 없어서 버릴 것이 꽤 많았어요. 작은 물건부터 큰 가구까지 비우기를 시작해요. 중고로 파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버리려고 해도 폐기물스티커비용이 들더라구요. 신혼여행 때 샀던 라텍스 매트도 버리고요, 국민 아기수납장도 버려요. 아이가 어릴 때는 ‘국민’자 붙은거 안사면 우리나라 국민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의자도 꽤 많더라구요. 아기의자만 세 개있었구요, 스툴, 안쓰는 식탁의자, 거실탁자 모두 비웁니다.      


 매일 큰 짐과 대형 쓰레기 봉투들이 집에서 나가니 아파트 청소 어머님이 이사가냐고 물으시더라구요. 끝까지 버리지 못한 것은 거실매트였어요. 뽀로로매트, 북유럽 분위기의 회색 매트 결국은 모두 버립니다.    

 

 가장 놀란 것은 케이블들이었어요. 컴퓨터용과 전자제품에서 나온 선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신랑이 결혼전부터 꽤 오랜 시간 모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블 선들이 박스 한가득이었어요. 케이블 선들은 왠지 너무 아까운 자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힘들게 낑낑대며 케이블 한 상자를 근처 고물상으로 가져가 보았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저를 안타깝게 보시며 이런 것들은 안받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러고는 제가 불쌍해 보이셨는지 천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셨습니다.     


 그 후, 물건을 버리게 되는 두 번째 계기가 옵니다. 코로나가 심했을 때였어요. 건강 상 문제가 생겼어요. 안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의 물건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내 짐이 가족의 짐이 될 것 같았어요.     


 결혼 할 때 친정에서부터 가져온 초, 중, 고, 대학 앨범. 초등학교 때부터 받은 상장, 앨범, 편지 같은 것들을 모두 버렸습니다. 특히 무겁기만 하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사진만 잔뜩 있는 대학앨범은 아주 잘 버렸다고 생각해요. 다른 전공은 물론이고 제가 1년 휴학을 해서 그런지 제 전공에도 말 한마디 안 해 본 사람들이 절반이었구요. 그래서 제 전공부분만 잘라내고 버렸습니다. 나중엔 그마저도 버렸지요.

      

 옛날 사진 앨범들은 왜 이렇게 큰지요. 앨범들에서 사진들을 모두 떼어냈습니다. 그 작업만 2시간 걸린 것 같아요. 접착식에다 오래되서 잘 안 떼어지더라구요. 그리고 의미없는 사진들을 모두 비웁니다. 연락 끊긴 지 오래된 친구들 사진이 꽤 많아서 놀랐습니다. 그것도 비워요. 남은 사진들만 모아서 작은 상자에 넣었어요.    큰 박스로 하나 가득이었던 저의 추억 담긴 물건들이 파일 하나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속이 엄청 시원했어요.  

    

 그리고 가방과 악세사리들을 정리했습니다. 의미없고 돈안되는 귀걸이, 목걸이, 팔찌 모두 버리고요, 의미 없는 금, 은 제품은 모아 동네 금은방에 팔았습니다. 20만원 주더라고요. 신랑에게 선물 받았으며 돈 되는 악세사리만 케이스 버리고 따로 모아 작은 복주머니에 담았습니다. 딸에게 물려주려고요.  몸 아픈데 옷, 가방 무슨 소용이랴 싶어 많이 비웁니다.


 커다란 결혼 액자, 이게 문제예요. 어떻게든 분리해보려고 했지만 정말 견고하더라구요. 얼굴만 뚫어서 버릴까, 그냥 큰 대형봉투에 버려볼까 생각하다 그만 두었어요. 아직도 창고 구석에 자리잡고 있답니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어요. 이 일을 계기로 느낀 것이 많았어요. 지금 평범한 일상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더 소중해졌습니다.

저의 미니멀한 살림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부턴 육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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