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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정은 May 18. 2020

두 발 자전거 타기

앞으로 가는 것보다 중요한 중심 잡기


마마챠리에 앞뒤로 아이들을 태우고 다닌 지 거의 2년. 아이들이 많이 컸다.


무게가 어떠하든 자전거 앞뒤로 아이들을 싣고 달리는 일은 상당한 집중과 힘을 요한다. 작은 일본 아이들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탓인지 분명 만 3세 이상까지도 탈 수 있는 시트라고 했건만, 둘째가 타는 앞 시트는 꽉 끼어도 너무 꽉 끼게 되었다. 유모차를 졸업할 때가 된 것과, 카시트에 꽉 끼게 된 것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그 묵직함은 아이가 더 이상 아기띠를 하기에 벅차도록 성장한 기분과 좀 더 비슷할 것이다.


이제는 조금 벅찬 마마챠리



아직은 부모가 아이들을 끼고 다녀야 하는 나이인데 둘 다 태우기에 벅차게 되었으니, 앞 시트에 타던 둘째는 뒷시트로, 뒷시트에 타던 첫째는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부모를 따라다녀야 한다. 아기 새가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듯, 대부분의 만 4-5살 무렵의 이 곳 아이들은 두 발 자전거 연습을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만난 거의 모든 일본 아이들은 만 5살이 되기 전에 보편적으로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이처럼 도쿄에서 자전거는 취미가 아닌 생활의 필수적인 부분이라 성장과정에 꼭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나는 자전거를 못 타는 일본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 수영처럼 자전거는 한번 배우면 몸이 기억을 하여 연습을 안 해도 평생 잊지 않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이들은 초등학교에서 외발자전거까지 가르친다.




우리는 첫째의 4살 생일 선물로 네발 자전거를 선물해줬다. 같이 자전거 샵에 가서 고르고, 이제 빅보이가 된 거라 하며 며칠간 열심히 연습을 하더니만, 5살 생일이 한참 지날 때까지 자전거 주차장에 쳐 박아 놓은 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일단 네발 자전거는 보조바퀴 때문에 너무나 느리고 시끄럽기까지 해서, 현실적으로 부모와 나란히 일반도로에서 탈 수가 없다. 또한, 스피드가 나지 않고 조금만 길 포장이 반듯하지 않은 곳에 가면 보조바퀴 때문에 자전거의 각도가 기울어 잘 넘어지게 된다. 잘 넘어지게 되면 아이는 그만큼 주눅이 들고 흥미를 잃는다. 그렇게 우리의 첫 자전거 시도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한참을 자전거 연습은 잊고 마마챠리에 두 아이를 모두 태우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몇몇 친구들이 학교 옆 공원에서 자전거 연습을 한다고 해서 따라갔다. 공원의 자전거 광장은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같은 반 막내 아이 한 명 빼고 국적 상관없이 모두가 두발을 고르는 것을 보고 우리 첫째도 갑자기 오기가 생겼는지 두 발 자전거를 골랐다. 반의 막내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전부 어찌나 잘 타던지, 4살 또는 5살이 갓 된 아이들이 두 발 자전거로 속도 경쟁을 하며 쌩쌩 달렸다. 그 모습을 본 첫째가 몇십 번이나 페달 밟는 시도를 하고, 내가 뒤에서 잡아도 보고 했지만, 번번이 넘어지고 겁나서 울고불고하는 실패로 끝났다. 아이는 자존심이 엄청 상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한 일본 엄마가 나에게 "페달을 밟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처음에 페달을 밟지 말고 그냥 발란스를 하라고 해봐. 중심 잡기가 편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 날 페달링을 하고 있을 거야."라고 귀띔을 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일종의 기회가 첫째에게 왔다. 집에서 할 것도 없는데 외진 주택가 뒷골목에서 자전거 연습이나 해보자 하고, 무작정 자전거 샵에 가서 뒷바퀴를 떼었다. 정말 기적처럼, 그 일본 엄마의 말대로 뒷바퀴를 떼고 중심 잡기 연습을 한지 며칠 만에 아이는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덕이라고 농담을 했었지만, 돌이켜보면 페달에 신경을 안 쓰고 양발로 땅을 짚으며 중심잡기 연습을 한 덕이다. 자전거가 이동수단이기에 꼭 페달을 해서 앞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자전거의 기본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닌 중심 잡기인 것이다.


이 경험으로, 보조 바퀴는 두 발 자전거 타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제대로 못해도 보조바퀴만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는 그 안정감이 두 발 자전거 타기 실패의 요인이었다. 보조 바퀴가 없거나, 보조 바퀴가 어디에 걸리거나 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넘어지고야 만다. 우리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네발자전거가 두 발 자전거를 타기 위한 연습 단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둘째 아이에게는 일본에서 킥보드보다 더 흔한 발란스 바이크(페달 없는 두 발 자전거)를 마련해주었다. 페달 없이 중심잡기 연습을 자연스레 습득하고, 나중에 크면 바로 일반 자전거로 옮길 수 있도록.


미안해 첫째야, 엄마 아빠도 모든 게 처음이라 네가 본의 아니게 시행착오를 같이 많이 겪게 되는구나.



2-3살 도쿄 아이들의 필수 아이템, 페달 없는 발란스 바이크




마마챠리에 대하여:

https://brunch.co.kr/@jenshimmer/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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