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Wedding
Trend: Wedding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런웨이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얼굴에 마른 오징어를 쓰고, 혼인서약서와 각종 예물이 담겨있는 묵직한 함을 둘러멘 함진아비의 힘찬 외침에 온 동네가 떠들썩해졌던 때가 있었다.
함은 신랑 측에서 혼인을 허락한 신부 측에게 보내는 감사의 표시로 1990년대까지 국내의 결혼 풍습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말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모두가 손꼽아 기대하는 것은, 바로 웨딩 패션이 아닐까? 드레스와 턱시도는 여전히 부부를 빛내주기 위해 아주 화려하니까. 5월은 ‘가정의 달’로 불리는 만큼 백년가약을 맺는 커플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역사상 가장 아이코닉 했던 웨딩과 웨딩드레스, 그리고 누구보다 고민스러울 하객을 위해 참고할 만한 하객룩 지침서까지.
1970년대를 점령한 새로운 물결
웨딩드레스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순백색의 기다랗고 풍성한 드레스. 때로는 비즈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거나, 촘촘하고 섬세한 레이스로 뒤덮여있거나. 그러나 예상외로 1970년대에는 그런 기대를 과감하게 저버리는 여성들이 있었다. 바로 오드리 햅번, 오노 요코, 그리고 비앙카 재거.
전설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오드리 햅번, 우아함과 클래식의 대명사이기도 한 그녀가 선택한 아주 특별한 웨딩드레스는 화이트가 아닌 핑크!
햅번의 환한 얼굴을 감싸주는 헤드 스카프, 무릎 위에서 댕강 잘리는 파스텔톤의 핑크색 GIVENCHY 원피스에 흰색 타이츠, 하얀색 발레 플랫을 착용했던 오드리 햅번은 어쩐지 요즘의 발레 코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스위스 시청에서 약소하게 올린 결혼식이었기에 담백하고도 사랑스러운 드레스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존 레넌과 오노 요코 부부는 웨딩 패션만큼이나 신혼여행도 남달랐다. 1969년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둘. 오노 요코는 짧은 드레스에 니삭스를 매치하고 커다란 선글라스와 모자로 햇빛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존 레넌은 흰색 자켓에 터틀넥을 착용해 깔끔한 룩을 연출했다.
부부는 높은 구두를 대신해 편안한 운동화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례적인 신혼여행을 감행하는데, 바로 이주일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동안 언론을 부부의 호텔 방으로 초대해, 평화를 위한 침대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름하여 “Bed-ins for Peace.”
이 주간 지속된 비폭력 시위는 베트남 전쟁이 격화됨에 따라 부부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잠옷을 입고 침대에 조용히 앉아 평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의 결혼이 세계적인 이슈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오히려 활용하기로 한 것. 예술가 부부의 선택은 남달랐다.
“처음 만난 순간 번개가 번쩍이는 것 같았어요” 비앙카 재거는 믹 재거와의 만남을 그렇게 회상했다.
드레스 말고 수트라는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해 준 고마운 여인은 바로 롤링스톤즈의 보컬 맥 재거의 아내 비앙카 재거. 깔끔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Yves Saint Laurent의 Le Smoking 자켓에 스커트를 매치하고, 베일을 직접 쓰는 대신 베일로 장식된 모자를 택했다. 물론 자켓 안에는 별도의 탑을 입지 않는 과감함에 관능미를 더했다.
그리고 믹 재거는 수트 안에 플로럴 셔츠를 매치해 비앙카에 버금가는 재치를 보여주었다. 비록 둘의 결혼생활은 안타깝게도 끝을 피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독보적인 스타일만큼은 영원하다.
웨딩 계의 게임 체인저 - 간결함으로 멋을 극대화하다
화려하고 통통 튀는 드레스들이 유행이었다면,
199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웨딩 계에 미니멀리즘이 대세로 떠올랐다.
그 시작을 알린 것은 캐롤린 베셋 케네디와 존 F. 케네디 주니어의 결혼식!
캐롤린과 함께 캘빈 클라인에서 근무했던 가까운 친구 나르리소 로드리게즈(Narciso Rodriguez)가 직접 만들어 준 드레스를 착용했다. 민소매의 흰색 실크 원피스, 팔을 타고 유려하게 흐르는 백색의 시스루 장갑과 매치되는 베일 외에는 흔한 진주 귀걸이도 없었다.
그러니까, 웨딩의 주인공은 드레스나 섬세한 자수, 번쩍거리는 장신구가 아니라 정말 캐롤린 베셋 케네디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토록 담백하지만 동시에 과감한 웨딩 아웃핏이라니! 그녀를 따라 수많은 여성들이 웨딩드레스로 슬립 스타일의 실크 드레스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미드 속 웨딩
미드와 뉴욕을 사랑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섹스앤더시티’.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총 6개의 시리즈로 롱런했던 드라마의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는 뉴욕에서 연애와 섹스에 관한 솔직담백한 팁 전수하는 에디터다. 2000년대의 드라마 속 주인공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그녀의 탁월하고도 예측 불가능한 패션센스 때문일 것이다.
그녀와 ‘미스터 빅’의 결혼은 우리 모두가 손꼽아 기다려온 것. 캐리가 선택한 드레스는 다름 아닌 Vivienne Westwood. 어깨라인을 드러낸 오프숄더에 깊은 넥라인,풍성하고 비대칭적인 주름이 강조된 치맛단은 2007년 Vivienne Westwood 컬렉션 제품 중 하나다. 글래머러스한 드레스에 청록색 헤드피스로 포인트를 톡톡히 주면서 캐리의 남다른 감각을 제대로 보여줬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또 다른 미드 ‘프렌즈 (Friends)’.
10년간 방영된 드라마로 국내에도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레이첼과 모니카, 그리고 피비, 세 여주인공 모두 결혼을 한 번씩 거치지만, 오늘 주목할 신부는 다름 아닌 모니카다.
모니카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레이첼과 피비 중 누가 ‘Maid of Honor’가 될 것인지를 두고 서로 경쟁을 벌인다. 결혼식 피로연 때 할 스피치, 웨딩에서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법 등의 문제를 내세워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잠깐, ‘Maids of Honor’가 뭐냐고? 이를 통해 서구권에서 여전히 이어지는 웨딩의 전통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우선, 들러리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들러리는 신부와 신랑이 입장하기 전 남녀가 짝을 지어 걸어 나오는 이들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고, 결혼식 전에 준비를 도와주는 가장 가까운 가족 혹은 친구이기도 하다. 들러리 문화는 고대 로마에서부터 시작된 전통으로, 로마에서는 혼인 시 10명의 증인이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들러리 중 신부를 위한 브라이덜 샤워나 Bachelorette Party를 기획하거나, 뒤쪽에서 치맛단을 들고 함께 이동하거나, 결혼식 날 밀착해 신부를 돕는 사람을 ‘Maid of Honor’라고 부르고, 이는 대부분 ‘짱친’들이 맡는다. 남자도 동일한 역할의 ‘Best Man’이 있다.
그러니 친구 중 누구를 선정하는지가 아주 예민한 문제가 되는 수밖에! 그렇지만 이만큼이나 나의 결혼식을 함께 준비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이 진정 즐기기만 하면 될 것이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