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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Feb 20. 2024

파파라치가 은밀한 포토그래퍼로 살아남는 법

Stories: Learn about Paparazzi


Stories: Learn about Paparazzi

파파라치가 은밀한 포토그래퍼로 살아남는 법




유명인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파파라치.
차창 너머를 내다보고 덤불을 헤쳐가기도, 때론 헬기를 타기까지 하며 완벽한 촬영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원하는 건단 하나, 스타들의 경계심이 사라진 솔직한 순간이다. 이 과정에서 선을 넘기도 하는 파파라치들에 신물이 난 스타들의 모습이 숱하게 목격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에디터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가 보인 다양한 반응들은 매번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니.



©pinterest.co.kr



한 파파라치가 칸예에게 팬이라며 인사를 건네자, 그는 “고맙지만 나한테 말 걸지 마. 내 지인들한테도 말 걸지 말고 너 자신한테도 말 걸지 말라고”라며 아주 단단히 분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노래 가사에서도 파파라치를 두고 나치보다 싫다며 강한 적대감을 드러낸 칸예지만, 기분이 좋을 때는 파파라치에게 자신을 어떻게 찍을지 자세히 디렉션(!)을 주기도 하고, 파파라치와의 오붓한 드라이브를 하기도 하는 모습은 그의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성을 보여 주는 한 예이기도 하다.





잘 찍은 파파라치 사진 하나, 로또 당첨보다 낫다


어디 칸예뿐만 이겠는가. 할리우드의 모든 셀럽은 파파라치에게 시달린다. 그럼 파파라치는 언제 등장한 단어일까. 이탈리아 영화감독인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가 1960년 그의 영화인 <달콤한 인생>에서 파파라치(Paparazzi)라는 용어를 등장시키면서부터다.
이탈리아어로 파리가 달려드는 것에서 착안해, 유명인을 쫓아다니는 사람이자 카메라를 들고 방해하는 카메라를 들고 방해하는 골칫덩이를 상징하는 의미가 되었다고.


©nydailynews.com

파파라치에게 둘러 싸인 마돈나(Madonna).

©tripadvisor.com

직접 스타를 따라 다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할리우드의 ‘파파라치 투어’.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파파라치 투어가 있을 정도로 파파라치 문화가 워낙 발달한 할리우드. 파파라치들이 사진을 찍는 이유는 당연히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잘만 하면, 아주 억 소리 나게.
아래 <People>의 커버를 장식한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와 브래드 피트(Brad Pitt)의 첫 번째 아이, 샤일로 누벨(Shiloh Jolie-Pitt)의 사진은 무려 38억 원에 팔렸다고 하니. 제대로 사진만 걸려들면 로또 1등 당첨 부럽지 않은 셈.



©ebay.com
©mirror.co.uk

아기와 함께 파파라치에게 포착된 코트니 러브와 커트 코베인.



대중은 인터넷이나 신문 혹은 잡지를 통해 이들이 찍은 사진을 단순히 접할 뿐이지만, 그 뒤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파파리치와 언론사를 연결해 주는 파파라치 에이전시를 기반으로, 아예 스타들의 에이전시와 전속 계약을 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1stopmadonnashop.com

파파라치들의 사진이 실리는 영국의 대표적인 타블로이드지, <Mirror>.



사진을 신문과 잡지사에 전달하고 수익은 얻는 이들은 스타들이 초상권 침해로 소송을 걸어도 매체 입장에선 오히려 남는 장사라고. 사전에 소송에 대비해 각종 보험에 들어있을뿐더러, 소송에 패한다고 하더라도,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이 인기 있는 파파라치 사진으로 판매 부수가 증가하면 벌어들이는 금액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하는 사진 찍기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어둡다고 했다. 유명인들이 파파라치로부터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카메라를 손으로 렌즈를 가리거나 길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1997년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죽음에 이르게 한 교통사고의 원인이 파파라치의 추격이었다는 점에서 파파라치에 더욱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 씌워지기도 했다.


©independent.co.uk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받던 다이애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사진은 당시 비싼 값에 거래됐다.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파파라치들이 찍은 사진이 대중문화 역사에 길이 남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대중의 관심을 끌어 떼돈을 벌려는 욕망에 급급한 이들이 음주나 마약 사회적 망신에서부터 자극적인 불륜 사건까지 가리지 않고 촬영해 왔으니.
타인이 겪는 비극이 클수록 더 큰돈을 버는 파파라치 때문에 스타, 유명인들이 치르는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특히 이혼과 ‘나쁜 엄마’ 프레임으로 고통받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그야말로 파파라치들이 작정하고 괴롭힌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



©pinterest.co.kr, ©quora.com, ©pagesix.com

왼쪽부터 선 넘은 행동을 한 파파라치의 차를 우산으로 내려친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만취한 모습이 파파라치에게 포착된 린제이 로한(Lindsay Lohan)
우는 모습이 파파라치에게 포착된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리얼리티 TV 쇼와 인터넷에 힙입어 유명인의 파파라치 사진은 더욱 인기를 끈다. TMZ 같은 온라인 가십 매체가 설립되면서 스타들이 입은 옷은 곧바로 온라인에서 패션 트렌드가 되고, 스타들의 이미지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킴 카다시안은 이 분야에서 가장 탁월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메이킹 한 스타 중 한 명이다. 과거 패리스 힐튼(Paris Hilton)을 따라다니던 세월이 빛을 본 것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할리우드 스타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자신의 ‘실제’ 삶을 업로드하면서 스스로의 파파라치가 된 시대이기도 하지만, 의도하지 않고 찍힌 사진은 여전히 힘이 있다. 그토록 파파라치에 시달려 온 칸예도 파파라치 사진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몇 년 전,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을 내세워 파파라치 무드로 Yeezy의 새 시즌 컬렉션을 알린 그의 작업을 선보이는데.. 자신과 전 아내에게 지금의 유명세와 부를 안겨준 파파라치의 사진을 재현한 고도의 현대 미술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dazeddigital.com

Yeezy Season 6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젠테 독자라면 한 번쯤 핫한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에서 스타일링 영감을 받았을 법 하다. 결국 파파라치 사진은 셀럽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많지만, 대중들의 주목도가 높은 콘텐츠라 계속해서 큰 인기를 끌 수밖에 없지 않을까.



©vogue.com




지금 패션 캠페인 대세는 파파라치 무드


이번 시즌에 유난히 많이 보였던 파파라치 무드의 캠페인.
그 선두를 보여준 건 바로 BOTTEGA VENETA의 2024 SS 캠페인이었다.  애초에 캠페인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 실제 파파라치 사진을 광고로 탈바꿈시킨 신선한 행보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실제로 BOTTEGA VENETA의 옷이나 가방을 입은 모습이 파파라치에게 포착된 에이셉 라키(A$AP Rocky)는 런닝을 하며 브이를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BOTTEGA VENETA 2024 SS Campaign



파파라치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억지로 꾸며내지 않은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스타들의 일상은 식사에 가거나, 운동을 하는 식으로 크게 우리의 그것과 다를 것 없어보이지만, 브랜드에게 스타는 유행을 이끄는 영향력이 있는 상품 그 자체다. 결국 스타를 이용하고 나면 남아서 각인되는 건 브랜드의 이름인 셈. 그런 점에서 이런 캠페인은 브랜드 입장에선 철저하게 의도된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다.



©nssmag.com



한때 연인이었던 켄달 제너(Kendall Jenner)와 배드 버니(Bad Bunny)가 함께한 GUCCI 캠페인. 데이비드, 빅토리아 베컴의 유명한 공항 사진을 연상시키는 이 사진 또한 파파라치 무드가 물씬 풍긴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



©vogue.com



사진작가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의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피사체와의 즉흥적인 거리감이 파파라치 사진이 주는 날 것의 느낌과 비슷한 구석이 있었던 Marc Jacobs의 2024 SS 캠페인.



©fashionista.com

Marc Jacobs 2024 SS Campaign



여기 또 하나의 파파라치 콘셉트에 진심인 브랜드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기반의 브랜드 GCDS.
할리우드의 중심지인 LA의 길거리에서 유명 파파라치 회사인 백그리드(Backgrid)와 협업하여 캠페인 이미지를 제작했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hypebeast.com

GCDS 2024 SS


2000년대 그때 그 시절 감성을 고스란히 가져온 BALENCIAGA.


©vogue.com

BALENCIAGA 2024 PRE-FALL



사실 파파라치 스타일의 사진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광고 캠페인으로 활용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인터넷이든 잡지든 뒤지다 보면 최근 십년 간 핫한 스타들이 하이 패션 브랜드의 옷을 입고 누군가에게 찍힌 이미지를 찾는 건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니.


©vogue.com

1999년 보그 이탈리아(Vogue Italia)에 실린 팀 워커(Tim Walker)의 화보.


과거의 파파라치 스타일 캠페인은 당시 대중들이 가지고 있던 스타들의 사생활이나 일상 패션에 대한 환상을 자극하고 영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 전략의 일종이다. 동시에 수십 년 간 이런 이미지는 여전히 포토그래퍼와 패션 디자이너 모두에게 영감이 되고 있다.



©vogue.com

BALENCIAGA 2018 SS

©bagaddictsanonymous.com

Dior 2012 FW Campaign



파파라치 스타일로 연출한 BALENCIAGA 2018 SS 컬렉션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itsnicethat.com

BALENCIAGA 2018 SS

©nicolerichiefashion.com, ©harpersbazaar.com

Jimmy Choo 캠페인 속의 니콜 리치(Nicole Richie), Moschino 2017 SS Campaign




스타들이 파파라치를 대처하는 법


스타들이 파파라치에 대처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twitter.com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가 파파라치에게 보내는 편지.



한때 인터넷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파파라치의 카메라를 들고 도망치는 장면이 화제이기도 했는데.. 늘 파파라치에게 당하는 스타가 보여주는 귀여운 반항이 주는 유쾌함 덕분이었을 것. 알고 보니 영화 속의 한 장면이었지만 말이다.



©factcheck.afp, ©boredpanda.com

영화 속에서 파파라치의 카메라를 들고 도망치는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
그 당시 스타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던 ‘안티-파파라치 스카프’.

©nssmag.com, ©tvovermind.com

칸예가 파파라치를 피하는 법.
불편한 것보다 파파라치에게 찍히는게 더 싫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stylecaster.com, ©pagesix.com

비치 타올로 온 몸을 가린 케이티 페리(Katy Perry).
아빠에게 파파라치를 대하는 법을 제대로 배운 노스 웨스트(North West)



그렇다고 파파라치와 스타가 꼭 악연인 것만은 아니다. 스타는 주목받아야 하고 굳이 비싼 돈 안 들여도 알아서 사진을 찍어주니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엠마 스톤(Emma Stone)과 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처럼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스타들도 있다. 또 어중간한 인지도의 셀럽들은 일부러 파파라치에게 노출되기 위해 본인이 파파라치가 많은 곳으로 가기도 한다.


©okmagazine.com, ©demilked.com

파파라치를 자선 기구 홍보 수단으로 만든 엠마 스톤(Emma Stone)과 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
걸어다니는 광고 모집이란 이런 것, 애슐리 심슨(Ashlee Simpson)과 피터 웬츠(Pete Wentz).



스캔들과 쇼 비지니스가 성행하는 할리우드에서 파파라치는 잘만 활용하면 아주 좋은 조력자이기도 하다. 유명세를 얻기 위해 사생활을 보여주고 싶을 때, 파파라치만 한 좋은 수단이 있겠는가. 최근 연애 소식으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카일리 제너(Kylie Jenner)와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를 떠올리면 바로 이해가 될 것. 솔직히 에디터라도 둘 중 누구를 사귀든 세상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났을 거다.



©eonline.com

농구장에서 찍힌 카일리 제너와 티모시 샬라메



오랜 시간 자연스러움을 갈망해 온 패션. 찰나의 순간에 영속성을 부여하는 패션 포토그래퍼 역시 인위적이지 않은 사진을 찍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셀럽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논란에도 많은 이들이 파파라치 샷을 찾는 건 역시 무방비 상태에 놓은 자연스러운 셀럽의 모습이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타인의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과 패션을 알고 싶은 건 우리의 본능이 아닐까. 현대 사회에서 그 욕망을 포착해 내는 중심에 있는 게 파파라치고 말이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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