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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설 Oct 01. 2020

IV. 회복탄력성 기르기

웃음은 뇌를 즐겁게 한다


웃음은 긍정적 정서를 뇌에 유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어떻게 웃냐고. 그냥 웃으면 된다. 웃는 표정을 지으면 뇌는 즐겁고 기분이 좋다고 느끼게 된다. 심지어 웃음과 관련된 근육이 수축하기만 해도 뇌는 우리가 웃는다고 판단해서 긍정적 정서와 관련 있는 도파민을 분비한다. 

웃음은 크게 자연스러운 웃음과 억지웃음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가에 주름이 생기는 자연스러운 웃음인 ‘뒤셴의 미소’이고 다른 하나는 팬아메리칸 항공사 승무원들의 억지웃음을 일컫는 ‘팬아메리카(팬암) 미소’다. 

뒤셴의 미소는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이 발견한 웃음으로 프랑스 신경학자 기욤 뒤셴(Guillaume Duchenne)의 성에서 이름을 따왔다. 기욤 뒤셴은 광대뼈 근처와 눈꼬리 근처의 얼굴 표정을 결정짓는 근육을 발견한 사람이다. 폴 에크만은 얼굴 표정과 관련된 연구를 했는데 인간의 웃음 중에서도 긍정적 정서가 반영된 환한 웃음을 뒤셴의 미소라 이름 지었다. 뒤셴의 미소는 눈꼬리 근육이 수축되어 눈이 반달 모양이 되는 환한 웃음이다. 

뒤셴의 미소를 짓는 사람의 뇌는 높은 수준의 긍정적 정서를 지녔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웃음에 긍정적 정서가 담겨 있는 것이다. 뒤셴의 미소가 인생에 미친 영향에 대한 중요한 연구가 있어 소개한다. 하커와 켈트너는 1958년과 1960년에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밀스 칼리지 졸업생 141명을 대상으로 졸업 앨범 속에 나타난 졸업생의 표정을 전문가들로 하여금 정밀 분석하게 했다. 

분석 대상 가운데 50명의 졸업생은 뒤셴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머지 졸업생들은 카메라를 보며 인위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 졸업 사진의 졸업생들이 각각 27세, 43세, 52세가 되는 해에 인터뷰를 통해 연구자들은 그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비교했다. 그 결과, 환한 긍정적 미소를 지었던 이른바 ‘위셴 미소 집단’은 ‘인위적 미소 집단’과 견주어 훨씬 더 건강했고 생존율도 높았다. 심지어는 결혼 생활의 만족도 높았고, 이혼율도 더 낮았다. 평균소득도 인위적 미소 집단보다 더 높았다. 뒤셴의 미소를 지은 사람들이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웃음을 관장하는 근육 가운데 수의근과 불수의근이 있다. 수의근은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근육이고, 불수의근은 의지에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근육이다. 수의근은 입 주변의 근육이고, 불수의근은 눈가의 주름살 근육이다. 팬암 미소(억지웃음)는 입꼬리(수의근)만 올라가고 눈가(불수의근)는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뒤셴의 미소(함박웃음)는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가의 주름살 근육이 움직인다.  

뒤셴의 미소를 보면 떠오르는 제자가 있다. 현호는 입이 찢어질 정도로 커다란 함박웃음이 인상적인 제자다. 많은 학생이 공부에 올인하다 보니 웃을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웃는지조차 까먹은 게 아닌가 하는 삭막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현호가 웃을 때마다 “쟤는 뭐가 그리 좋아서 저렇게 환하게 웃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함박웃음이 트레이드마크인 현호는 그 웃음 때문에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이 친구는 인사할 때 언제나 눈웃음이 가득해서 세월이 흘러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다.  

현호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하나 더 있다. 고 3 입시 때 모두 소위 말하는 SKY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는 때에 특이하게도 현호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유일하게 지원했고 합격했다. 커다란 함박웃음만큼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다들 명문대를 목표로 공부할 때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진로를 정한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주체적으로 자기 진로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호는 대단히 자기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친구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현호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나 그 함박웃음은 여전했고 온몸에서 활기찬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현재 현호는 네이버 자회사의 웹툰 드라마 PD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현호는 자기 빛깔에 어울리는 길을 걷고 있어서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람이 웃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관찰했더니 “칭찬을 받을 때 활성화되는 보상 영역의 부위가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로 웃는다 해도, 자신의 존재 가치가 드높아지는 듯한 느낌이 수반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바탕 크게 웃고 나면, 머리에 가득 차 있던 고민과 복잡한 생각이 줄어든다. 웃음은 정신을 흔들고 풀어 준다.”

또한 웃음은 신체의 긴장을 완화하면서 신체 기능의 저하를 막아 준다. 혈관의 내벽을 확장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다. 아울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여 부정맥이나 심장마비의 위험을 떨어뜨리고, 건강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도록 한다.  

미국 디트로이트 웨인대학 어니스트 아벨 교수팀은 사진 속 미소와 수명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1950년 이전에 데뷔한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230명의 사진에서 웃는 정도를 3단계로 분류하고 이들의 실제 수명과 비교했다. 1단계는 진지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야구선수, 2단계는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보이는 야구선수, 3단계는 입과 양 볼이 올라가고 눈까지 움직이며 뒤셴의 미소를 짓는 야구선수로 분류했다. 이들의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주었을 체질량지수, 출생일, 결혼 여부와 결혼생활 등 통계학적 내용도 함께 조사했다. 

분석 결과 거의 웃지 않는 1단계 사람은 평균수명이 72.4살, 볼과 입만 움직여 미소 짓는 2단계 사람은 평균수명이 75세였다. 마지막으로 뒤셴의 미소를 지은 사람은 평균수명이 79.9세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웃음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뒤셴의 미소를 지으면 가장 좋지만 어색한 미소도 괜찮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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