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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작가 Sep 28. 2022

3:14

#14




 입과 턱을 덮은 산소마스크 안으로 간절한 외침이 울렸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산소호흡기를 잡아 빼며 죽어가는 목소리로 미셀의 이름을 불렀다.

  "미..... 셀..... 당신 어.... 디에 있는 거야?"

 낯익은 살 냄새가 공기로 전해지는 으로 그의 오감이 향했다. 암흑 속 저 멀리서부터 속삭임이 울려 퍼져왔다.

  "다니엘.... "

 어두컴컴한 구석을 밝히는 맑고 선명한 에너지가 전설 속의 푸른 꽃처럼 다니엘향해 피어났다. 그것은 바로 미셀이었다. 볼품없었던 금발이 이슬 머금은 풀잎처럼 촉촉해져 있었고, 흰 피부와 붉은 입술은 세월을 거스른 듯 앳돼 보였다. 그녀의 매력적인 홍채가 강렬한 빛 에너지로 가득했다.


 



  "다니엘...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

 미셀은 마치 AI처럼 입만 뻥긋거리며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미셀.... 도대체 거기에 서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이곳에는 우리 둘 뿐이잖아.."

 다니엘은 피부에 달라붙어있는 거추장스러운 패드를 모조리 떼어내 버리미셀 곁으로 다가가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미셀. 홍채에서 빛이 나고 있어... 왜 그러는 거야?"

   "다니엘. 당신도 유리처럼 빛나... 왜 우리 여기에 있는 거야? 그 사람은 왜 온 걸까?"

  "미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야?.. "

  "당신이 일어나기 전에... 나..  자를 만났어. 새로운 차원이 생길 때마다 다차원들 연결하는 통로가 있는데... 그곳이...."

  "당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우리 교통사고로 입원한 것 같은데 상처하나 없어... 미셀.. 당신은 괜찮은 거야?"

  "난 10대로 돌아간 기분이야. 하늘 위로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 당신은 어때?"

  "나도 그래.. 물 위를 걷는 기분이야..."

  "미셀.. 일단 간호사를 부르자.."

 다니엘은 침대 머리맡 전화기의 버튼을 0번을 누르고 신호를 기다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시간을 보니 새벽 3:1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미셀.. 조금만 기다려. 간호사를 데리고 올게."

 다니엘은 야간 근무하는 간호사를 만나기 위해 문 밖을 나섰다. 작은 빛 조자 사라진 컴컴한 복도가 마치 입을 벌린 지옥문 같았다. 어둠 속을 뚫고 들어갈수록  상당히 기묘했다. 깨어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으나 작동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이용하여 일층으로 뛰어내려 갔다. 저 멀리 리셉션에 앉아있는 간호사의 윤각이 어렴풋이 보였다. 목표물을 발견한 사자처럼 다니엘은 달려들 듯 간호사를 불렀다.

  "저기요.. 간호사님.. 저는 503호의 다니엘이....라고...."

 다니엘은 간호사의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핏기 없는 창백한 피부에 초점 없는 눈동자로 컴퓨터 모니터만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19세기 유럽 풍습의 사후사진을 보는 듯이 섬뜩한 분위기가 괴기스러웠다. 그는 간호사를 다시 부르며 그녀의 어깨를 툭 건드려 보았다.

 "저.. 간호사님... 간호사님... "

 그녀의 어깨가 뒤로 밀쳐진 상태로 또 멈춰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저... 간호사님..."

 그는 더욱 세차게 그녀의 어깨를 흔들어 보았지만 한치의 변함도 없이 흔들리는 데로 따라갈 뿐이었다. 그때 뒤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니 미셀이 서 있었다.

  "시간이 멈췄어. 봐! 아직도 3시 14분이야... 그 자의 말처럼 차원 이동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이 분명해. 우리와 같은 눈뜬자들을 찾아야 해 다니엘... "

 

 그들은 비밀의 문을 여는 심정으로 병원 밖을 나섰다.  밖의 세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하늘과 땅을 덮은 푸른 빛줄기들이 산란하여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하늘 아래 모든 생명체들이 수중에 떠있는 조각상처럼 멈춰져 있었다. 그들은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두 입술을 깨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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