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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작가 Sep 30. 2022

Beginning of the end

#14




 베버리 힐즈에 이사 온 후 맞이하는 첫여름이었다. 활짝 열려있는 발코니 유리문 너머 수영장의 수면이 햇살에 반사되어 찰랑거렸고, 초록 빛깔 인조잔디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든을 가득 메웠다. 호랑이 울음소리를 내는 앨리스깔깔거리며 도망치는 아이들의 뒤를 쫓았다. 앨리스는 최근에 고용된 베이비시터이다. 그녀다정스러운 모습을 통해 찰스 예전의 미셀을 떠올렸다.  자리 미셀이 함께한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찰스는 미셀이 더 이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슬픔에 눈물을 떨어트렸다. 몰래 눈물을 훔치다 정신이 들었는지 앨리스를 불렀다. 엘리스는 정원에서 아이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앨리스. 난 미셀 만나러 병원에 가. 아이들 좀 잘 부탁해.."

 앨리스2층 위로 어렴풋이 보이는 그를 향해 번쩍 든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네. 걱정 마시고 잘 다녀오세요."

  그때 현관 도어벨이 울렸다. 

  "아니... 주말 아침부터 누구지?.."

 찰스는 누구인지 어리둥절해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날카로운 눈매의 한 남성이 서 있었다.

 "실례지만 누구신가요?"

 "안녕하세요. 미셀 씨의 남편분 되시죠?"

 찰스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근래에 낯선 전화나 사람을 만나면 불안해하는 병이 생긴 것 같았다.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신지요?"

 "저는 FBI 탐정 미켈란젤로라고 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대화 나눌 수 있을까 합니다."

 그의 예사롭지 않은 눈빛과 차분한 음성이 찰스의 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FBI가 왜 저를 찾아오셨을까요?"

 "아내분의 실종사건에 대해 조사 중에 있습니다만... 실례가 아니라면 잠시 안으로 들어가서 대화할 수 있을까요?"

 "네? 실종이라뇨? 누가요 미셀이요?"

 흥분한 찰스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가 아이들이 들을까 싶어 주위를 돌아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지금 집에 아이들이 있으니 괜찮으시 이동하여  잔 하면서 이야기 나누시지요."


 찰스는 근교 카페까지 이동하는 길이 하염없이 멀게 느꼈다. 커피를 주문하고서야 그들은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찰스. 잘 들으세요. 어제 새벽 3:14분에 미셀과 다니엘이 감쪽같이 사라져서 수사 중입니다.

  "뭐..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사라지다니요? 뇌사판정을 받아 생사가 어려운 환자라고 들었는데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씀입니까?"

 찰스는 핏대를 올리며 소리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켈은 오히려 더 침착하고 심오한 표정을 지었다.

   "CCTV 확인 결과 어제 새벽 3:14분에 병실에 누워있던 두 사람이 갑자기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영상조작이 아니라는 결과를 확인한 즉 저희는 이런 괴기한 일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병원 측이 무슨 꿍꿍이를 피우고 있는 거 아니겠죠? 내 아내를 어디에 몰래 숨겨두고 책임 회피하는 거 아니냐고요?"

 찰스는 결국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담지 못할 말을 뱉어버렸다. 찰스는 자신의 아내가 4일 만에 부활한 예수처럼 기적적으로 깨어날 거라고 예상해 본 적이 없었다. 오직 책임회피를 위한 수작이라 의심할 뿐이었다. 한 참 말을 잇지 못하던 미켈은 오랜 침묵을 깨고 말을 했다.

 "저희로써 CCTV 조작이 아닌 이상 확인할 방도가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EGG기계의 과도한 전력 누전상태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를 진행한 상태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혹시나 그녀가 당신 집으로 돌아온다면 저에게 연락 주십시오."

 미켈은 찰스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그가 건넨 명함을 한 참 바라보던 찰스는 절망스러운 듯 고개를 떨구었다. 


 찰스는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향하는 길이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처럼 느꼈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쥐고 집으로 향했다. 차고 문이 열릴 때 쯔음 현관문 앞에 초조하게 서성이는 한 여인이 보였다. 바로 미셀이었다.

  "찰스.."

  "미.. 미셀....."

  놀랍도록 회복한 미셀을 보고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당신 어떻게 된 거야?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야? 어서 병원에 다시 가자.."

  "당신과 아이들을 만나러 왔어. 나는 곧 돌아가야 해.... 찰스"

  "돌아가다니...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야.. 도대체 어디로 간다는 말이야? 혹시 다니엘 때문에 그런 거라면 내가 다 용서할 테니 이상한 마음먹지 말고 제발 나에게 돌아와."

  "미안해 찰스... 나는... 다른 차원으로 곧 이동해야 해. 엔젤 졸리를 잘 부탁해 여보... 이미 긴 여행을 다녀올 거라아이들에게 전했어.. 부디 건강히 잘 지내. 찰스..."

  "미셀... 정신 좀 차려봐. 당신 지금 많이 아파... 의사를 만나야 해."

 찰스는 미켈란젤로의 명함을 찾아 떨리는 손가락으로 번호를 눌러보았지만 신호가 두 번 울리다가 음성으로 넘어갔다. 갑자기 치밀어 오른 화를 참지 못하고 괜한 미켈에게 탓을 돌리고 말았다.

  "멍청한 미켈 같으니라고..."

  "찰스. 난 떠나... 사랑해."

  미셀은 잡은 그의 손을 밀어내고 가든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이 찰스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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