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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각의 비망록 Aug 12. 2024

유서의 일부

고상지, Fuga For The Three (Chimera Ant Suite, Pt. 1)



누구나 살아갈 적에 너무나 많은

슬픔과 기쁨이 있음을 묵과하지 않기 위해,

한때로 낯설어지는 기억이

궂은 세파(世波)의 위안이 되길 바라며,

더는 너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네게 부끄럽지 않게 고독하리라는 각오로,

설아야,

난 여리디여린 마음을 붙들어

우리의 시간과 나의 날을 담았다.


다만 하늘의 빛깔을 바꾸겠다고 풍선을 띄우는 게 아니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모질고 깊은 수렁에서

이 한 몸 건져보려는 것도 아니다.

널 진심으로 사랑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나 힘들었을까.


은정아, 원고들은 순서대로 '당역은 겨울' 뒤에 실어주기 바란다.

22년 춘분날부터 썼다.

무리하지 말되 불가해한 문장은 버려라.

현학은 화살의 독, 촉에 묻히면 비기(祕技)고 깃에 묻으면 객기다.


덕분에 안심이 되는구나. 다행이다.




*"2. 낭만적 작가주의"는 "1. 당역은 겨울"에서 이어집니다.

1. 당역은 겨울: https://brunch.co.kr/brunchbook/lastlettertoy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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