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잘 지내는 법 알아가기
주변 사람들을 향해 온 신경을 기울이면서 정작 자신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생각해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고,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왜 정작 나에게는 소홀한 걸까? 정말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아서 일까요?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너무 사랑하지만 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이런 '나'는 사랑할 수 없는 거죠. 어떻게 그리 확신할 수 있느냐고요? 당신에 대한 얕은 정보 조각을 이어붙이다 잊고 있던 과거의 제가 떠올랐거든요. 물론 당신의 경우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당신에게 비약과 오해로 메운 어설픈 조언을 던지는 대신 제 이야기를 꺼내보기로 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였습니다. 초기의 낯가림만 제외한다면 물 만난 어류처럼 교실과 학교를 헤집고 다녔죠. 아주 어릴 땐 수업 시간에 손을 번쩍 들며 발표를 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교에 모르는 친구들이 없었습니다. 합창반, 방송반, 학생회, 교지편집부 등 학교에서 완장을 찰 수 있는 포지션엔 늘 빠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저는 그리 행복한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저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였으니까요.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고, 원하는 상을 타고,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저는 사랑했지만 조금 모자라고 무언가를 헤매며 사랑받지 못하는 저는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꽤나 심했습니다. 통통한 몸매 탓에 유치원 시절부터 아빠와 삼촌, 먼 친척들이 저만 보면 '뚱'이라고 놀려댔거든요. 공부를 못한다거나 어떤 행위를 못한다는 구박을 들은 적은 없었지만 많이 먹는다거나 돼지 같다는 놀림을 꽤나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는 반 남자 아이들에게도 종종 들었고요.
그럴 때마다 그 녀석들을 잡아 꼬집고 때리며 응징했지만, 그들에게 남긴 것보다 더 깊은 상처가 제 안에 새겨졌습니다. 무엇보다 그 애들 말대로 뚱뚱하고 브랜드 옷이나 가방같은 걸 걸치지 못하는 제가 싫었습니다. 물론 돌이켜보면 그저 설익은 아이들의 장난이었지만 그 당시에 저는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절 놀리는 그 애들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놀림받는 '저' 자신을요. 극복을 위해 딱히 무엇을 한 건 아니었지만 문득문득 작아지는 나를 질질 끌고 마음에 드는 나를 확대해가며 지냈습니다.
삐뚤어진 제 마음을 제대로 마주한 건 대학생이 된 후였습니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쯤이기도 했죠. 마음에 너무 들지 않는 나를 마주보는데 문득 제 스스로가 너무 애처롭더라고요. 내가 너무 미운데 내가 너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가 안쓰러웠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내가 나를 미워한 건 나를 너무 사랑해서였다고. 다만 그 사랑이 삐뚤어진 게 문제였죠. 내가 원하는 나를 그려놓고, 그렇게 되어야만 나를 인정하려 든 거였죠. 모두에게 모든 면에서 인정받는 나. 능력, 외모, 성격... 그 어떤 것에서도 뒤지지 않는 나. 그게 바로 제가 바라는 나였거든요.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나는 꼴 보기 싫었던 겁니다.
어쩌면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나'는 내 마음에 들지 않은 '나'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원하는만큼 따라오지 않은 '나'를 채찍질하느라 나를 소홀히 하는 거죠. 떠나고 싶으면서도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 이중적인 마음도 어쩌면 그래서이지 않을까요? 내가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선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런 내 욕망을 따르느라 지친 나는 떠나고 싶은 마음.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 모순되는 마음을 끌어안고 또 '나'를 다그쳤죠. 넌 왜 이러니, 대체?!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러 개의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순적인 마음이 부딪히는 건 당연한 일인데 나 스스로에겐 이런 당연한 모순조차 허락할 수 없었던 거죠.
저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에 조금 힘을 빼기로 했습니다. 조금 못난 '나'를 끌어안기로 했습니다. 직장은 없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수 있는 나를, 예민해서 피곤하지만 섬세해서 글쓰기에 좋은 나를 예뻐하기로 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모두 저마다의 예쁨이 있으니까요. 도저히 찾을 수 없다고요? 그건 당신을 촘촘히 보지 않아서 일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관대한 만큼 나에게 조금만 너그러워지면 어떨까요? 삐뚤어지고 답답한 누군가를 이해하듯이 조금 못난 나를 이해해보면 어때요? 타인이 발견한 나의 예쁨을 그냥 덥석 받아들여보면 어때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세요. 나와 가장 오랫동안 지내야 할 사람은 나니까, 나랑 잘 지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지니까요.
우리의 행복을 바라며,
담아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