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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구름 Oct 09. 2022

글구멍



*아흐레: 매달 초하룻날부터 헤아려 아홉째 되는 날.
*알로록달로록하다: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조금 성기고 고르지
아니하게 무늬를 이룬 상태이다






글구멍: 글이 들어가는 머리 구멍이라는 뜻으로, 글을 잘 이해하는 지혜나 능력

웅숭깊다: 생각이나 뜻이 크고 넓다




단풍이 번지듯 붉게 물든

열 번째 달이 되고

여덟 번째 달이 뜨던 저녁,


그날의 일기 대신

‘초대합니다’ 제목의 편지를 적었어요



그리곤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어요

다음날 그대에게 줄 선물을 위해서요


편지 속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다

그대를 만났고 준비했던 선물을 보여주었죠



웅숭깊은 그대에게 받은

아주 신비롭고 큰 글자가 담겨 있고

글구멍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온 세상의 종이를 모았어요


‘한글’이란 커다란 크기를 채우기에는

이 세상을 다 합쳐도 부족해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담았어요



많이 늦었지만

열째 달 아래

아흐레를 별 보다 반짝이도록

만들어 주셔서


날을 빌려

이 꿈을 빌려

이 마음을 빌려

‘고맙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구름 산책하던 새가 아침 인사할 때


열과 구의 숫자를 쓰고

스물여덟의 글자가 담긴

그림일기를 그려요

꼭 추억하고 싶어서요


나는 봤어요 그대의 얼굴

눈에는 빛나는 물방울들이 모였고

표정에는 온갖 색깔이 담겼고

미소는 알로록달로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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