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이기보단 이기적이고, 따뜻하기보단 차가운 사람이 얄팍한 지식과 자만심을 가지게 되면 대안 없는 비판만 늘어놓는 아주 못난 냉소주의자가 된다. 2018년의 나는 딱 그 언저리에 있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와 기사들을 보다 보면 '인간'에 대한 오만정이 다 떨어지곤 했다. 어린아이들은 철이 없고, 어른들은 꼰대였으며, 가진 자들은 선민의식이, 가지지 못한 자들은 자격지심이 있었다. 서비스업 아르바이트를 하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무례함을 마주할 때마다 사람이 끔찍하게 싫었고, 며칠만 지나도 가득 쌓이는 분리수거 쓰레기들을 버리다 보면 어쩌면 지구의 관점에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 글을 쓴 7월 25일의 카카오톡 뉴스 메인에 걸린 기사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세상에 못난 구석들은 차고 넘친다.
그러던 중, 이태원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하늘을 마주한 날이 있었다. 온 우주에서 가장 예쁜 색들을 고르고 골라서 하늘에 풀어놓은 것 같았다. 이 풍경 안에 내가 존재한다는 게 이질감이 들 정도로 아름다워서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서서 바라보다가, 순간 그 풍경 안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쁜 퇴근길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혼자였고, 누군가는 삼삼오오 모여있었으며, 카메라로 그 순간을 담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저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각기 다른 모습이었지만, 서로 말하지 않아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 공간의 우리는 눈 앞의 같은 풍경에 반해 있었다.
사진에 온전히 담을 수 없었던 그날의 하늘.
그리고 그 순간이 내가 사람들에게 반한 순간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여름밤의 더운 공기에 취해서였을 수도 있고, 노을빛에 물든 얼굴들이 퍽 아름다워서였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도 밉고 싫은 존재들이었는데, 우습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하늘 앞에 감동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면, 때론 밉고 끔찍하고 구제불능으로 느껴지더라도, 여전히 사랑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들인 것 같다고.
아직도 우리네 사는 세상을, 아니 사실 거기까지 나아갈 필요도 없이 나라는 인간을 바라볼 때만 해도, 가끔은 숨이 턱 막히고, 끔찍하고, 미운 순간들을 마주한다. 그래도 나는 사람이란 존재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밉다고, 구제불능이라고 냉소를 머금고 돌아서기보단 언제까지나 그 속에 뛰어들고 몇 번이고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