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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Oct 31. 2019

허재 도미노피자 광고가 유튜브 20만뷰 기록한 비결은?

광고비 지출은 영원히 0원

2019년 9월 6일 오전 9시 41분 

‘도미노취존허재’가 네이버 실검 1위에 올라왔다


‘도미노취존허재’를 보자마자 


드디어 허재가 광고를?
도미노피자는 어떤 광고를 찍었을까?
어떤 업체에서 초성퀴즈를 낸거지? 토스? 캐시슬라이드?


이런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당시 허재는 ‘뭉치면 찬다(이하 뭉찬)’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에서 예능 치트키급 활약을 펼치며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당연히 많은 광고주들은 캐릭터가 강렬한 허재를 눈여겨보고 있었을 것이다. 


특히 허재가 현역 감독시절 "이게 불낙이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들이 유튜브와 페이스북에도 소개되면서 허재의 선수 시절을 직접 보지못한 세대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도미노취존허재’ 키워드를 보자마자 도미노피자 공식 채널을 통해 CF를 확인했다. 왠지 허재의 감독시절 어록을 패러디했을 것 같았다. 영상을 확인해보니 예상이 맞았다. ‘이게 불낙이야?’를 패러디하면서 신제품 ‘불닭피자’를 홍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상 속에서 허재의 연기는 밋밋했다. 당시 허재가 ‘이게 블락이야?’라고 심판에게 항의할 땐 악에 받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재가 광고에서 왜 저런 식으로 ‘이게 불닭이야? 이게 불고기야?’라고 박서준에게 묻는지 이유와 맥락을 모르는 사람에겐 이 광고가 재미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도미노피자 페이스북의 실수.jpg


그리고 도미노피자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공식계정에서 가장 큰 실수 2가지를 했다. 첫번째는 썸네일을 ‘허재x박서준’이 아닌 신제품 피자로 설정한 것이고, 두 번째는 영상 제목과 소개 문구에 허재를 넣지 않은 것이었다. 후킹 포인트를 놓치고 영상이 어떤 검색어를 통해 유입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유튜브 영상의 경우 ‘허재 도미노피자’로 검색했을 때 광고 영상이 검색 결과에 나오지도 않았다. 


영상 제목 수정만 해서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리기만 해도 공식 계정보다 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올릴 때 고려한 몇 가지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허재의 항의 장면을 도미노피자 광고 영상 앞단에 배치(유저들에게 사전 정보 제공)

2. 썸네일은 허재와 박서준이 나란히 서있는 장면으로(후킹 포인트)

3. 제목과 영상 설명에는 ‘허재’, ‘불낙’, ‘도미노피자’, ‘광고’ 키워드를 꼭 넣을 것(검색 유입)

4. 영상은 허재의 캐릭터와 어록을 잘 알만한 곳에 공유(페이스북: 농구 관련 그룹, 유튜브: DC인사이드 농구 갤러리)


도미노피자 광고 앞단에 허재의 감독 시절 항의 장면을 10초 정도 잘라서 삽입했다. 허재의 ‘이게 블락이야? 이게 블락이냐고?’라는 장면이 사라지면서 텀 없이 곧바로 도미노피자 광고 영상으로 전환시켰다. 24초짜리 짧은 영상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완성된 영상만 보더라도 허재가 왜 ‘이게 불닭이야?’라고 박서준에게 말하는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이 영상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먼저 업로드했다. 영상 소개글에는 허재가 ‘이게 불낙이야’를 패러디한 광고를 찍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영상은  페이스북의 농구 관련 그룹 두 곳에 공유했다. 예상대로 그룹 두 곳 모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룹 내에서도 ‘좋아요’와 ‘댓글’이 많이 발생했고 페이지 게시글의 ‘좋아요’와 ‘댓글’도 증가했고 구독자수도 증가했다. 내가 운영하는 야구 페이지의 구독자들 중에 허재의 캐릭터를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야구 페이지에도 영상을 공유했다. 


야구 컨텐츠가 아님에도 공유 게시물에 이례적으로 ‘좋아요’와 ‘댓글’이 많이 발생했다.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가 4만회를 기록했고, 앞서 업로드된 도미노피자 공식 계정의 조회수, 좋아요, 댓글, 공유를 뛰어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Kq9CtaxQgA

이게 불낙이야?' 인생짤로 도미노피자 광고 모델이 된 허재


영상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서 그날 오후 11시쯤 같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제목은 


'이게 불낙이야?' 인생짤로
도미노피자 광고 모델이 된 허재’

영상은 디씨인사이드 농구 갤러리 게시판에 하나 올렸다. 내가 즐겨보는 ‘Arirang은 고양이들 내가 주인’의 큰고양이께서 유튜브 영상이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조회수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던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유튜브 내에서 조회수 증가 속도는 페이스북보다 빠르진 않았지만 ‘좋아요’와 댓글이 하나씩 달리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허재 도미노피자’로 검색했을 때 내가 올린 영상이 최상단에 노출되었다. 



영상을 올린지 24시간 동안 기록한 조회수는 약 4000뷰. 페이스북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조회수의 56%는 유튜브 검색을 통해 발생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는 트래픽 소스 유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조회수의 55%가 ‘탐색 기능’ 이라는 것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생소했던 탐색 기능, 유튜버들이라면 목숨을 걸어볼 탐색 기능을 이날 처음 알았다.


도대체 ‘탐색 기능’은 뭐지?

유튜브의 ‘탐색 기능’ 유튜브 유저들의 홈 첫화면에 영상을 노출시켜주는 것이다. 즉 탐색 기능으로 트래픽이 발생했다는 것은 내 영상이 누군가가 유튜브를 켰을 때 가장 먼저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탐색 기능이 거의 2~3주간 지속되면서 영상을 업로드한지 10일 뒤엔 페이스북 영상 조회수를 뛰어넘었다. 이 시기부터는 탐색 기능을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댓글과 좋아요 수가 계속해서 늘어난 건 말할 것도 없다. 


어떻게 내 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뜨게 된거지?

탐색 기능의 가호를 받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영상의 시청 지속 시간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유튜브는 영상을 클릭하고 3초 정도만 재생했다 끄더라도 조회수로 카운팅된다. 그리고 광고비를 태우면서 영상 조회수를 올릴수도 있기 때문에 조회수만 높다고 인기있는 영상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 지속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듯 하다. 



영상을 올린 후 1주일 간 평균 시청 지속 시간은 24초였고 평균 조회율은 무려 96.6%였다. 비록 짧은 영상이었지만 평균 시청 지속시간과 평균 조회율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 때문에 탐색 기능의 은혜를 받은 것 같았다. 


유튜브에는 영상 성과를 디테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 분석 > 개요 > 시청 지속시간 > 더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초 단위로 영상의 시청 지속시간과 평균 조회율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을 보면서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허재가 ‘이게 치즈가든이야?’라고 묻는 장면까지 이탈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 때까지 평균 조회율이 101.8%. 허재의 항의장면이 후킹 역할을 잘하면서 시청자의 집중력을 높였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컨텐츠의 미리보기가 노출됐을 때 클릭률이 25.8%였다. YouTube의 모든 채널과 동영상 중 50%에 해당하는 컨텐츠의 노출 CTR이 2%에서 10% 사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업로드 후 전체 기간으로 놓고 봤을 때 CTR은 18.1%


cf) CTR(Click Through Ratio) : 인터넷상에서 배너 하나가 노출될 때 클릭되는 횟수



내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은 탐색 기능을 통한 유튜브 내부 유입 뿐만 아니라 각종 커뮤니티를 통한 외부 유입도 있었다. 외부 유입은 전체 조회수의 5%였다. 적은 비율이지만 조회수가 약 1만이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는 미미한 데이터가 아니었다. 


외부 트래픽 소스 데이터를 리뷰하면서 커뮤니티 유저들의 특징을 생각해봤다. 대부분의 커뮤니티 유저들은 자신의 게시글 조회수와 공감을 늘리기 위해 그럴 가치가 있는 컨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


 허재가 도미노피자 광고를 찍었다는 것은 이날 유저들이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싶은 컨텐츠였을 것이다. 


유저들은 커뮤니티에 광고 영상을 공유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유튜브를 켜고 ‘허재 도미노피자’를 검색했을 것이다. 이 때 가장 위에 노출되는 영상이 내가 올린 영상이었다. 


굳이 커뮤니티 유저가 아니더라도 허재가 나온 도미노피자 광고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허재 도미노피자’라고 검색했기 때문에 YouTube 검색을 통한 유입이 전체 조회수의 23.1%를 차지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유튜브 추천, 검색을 통해 하루에 조회수 3000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추천 알고리즘에 걸리지 않는 이상 영상을 올린 후 24시간이 지나면 조회수가 정체되는 것과 달리 유튜브는 컨텐츠 퀄리티가 보장되면 지속적으로 조회수가 증가하는 플랫폼이다. 


허재의 도미노피자 광고를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업로드하면서 각 플랫폼의 특성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컨텐츠 업로드 타이밍, 제목 문구에 조금 더 신경쓴다면 컨텐츠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디테일에 조금만 더 신경쓰면 광고비 한 푼 쓰지 않고 유튜브 20만뷰를 기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전 01화 김응수 시구 사진은 페이스북에서 어떻게 히트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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