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도 골프 배워야 되는데
여름의 초입이었다. 문틀에 매단 친업 바를 당기다가 목에서 뿌드득 소리가 났다. 닫혀있던 방문을 열기 귀찮아서 어정쩡한 자세로 무리하게 힘을 주다 벌어진 결과였다. 처음엔 살짝 목이 삔 듯한 느낌 정도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파스를 붙였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통증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해졌다. 파스를 너무 자주, 많이 붙여서 피부가 벌겋게 부어올랐다. 그제야 정형외과에 가서 약을 받아먹고 난생처음으로 도수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그 상태로 친구들과 예정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삼척으로 향하는 스타렉스 안에서 나는 목이 아프다며 내내 칭얼댔다. 실제로도 아팠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뒷목이 시큰했고, 차가 조금이라도 덜컹거리면 머리털이 쭈뼛거리는 날카로운 통증이 찾아들었다. 당연히 즐거운 기분 일리 없었다. 게살 샥스핀으로 유명한 동해의 한 중식당에서 친구들이 맥주를 들이켤 때에도, 나는 소염진통제를 복용해야 해서 술은 입에 대지도 못 했다. 삼척 해수욕장에서 씨름을 할 때도 혼자 심판을 봤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목의 통증과 함께 여행 내내 지겹게 나를 따라다녔다.
이런 푸념을 친구 섭에게 했다. 그는 마침 요가를 시작했다며 같이 해보자고 했다. 요가라니, 신박한 제안이었다. 그때까지 나와 요가 사이의 거리는 나와 근대 5종, 나와 장대높이뛰기 사이의 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평생 할 일이 없는, 어쩌다가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던 그런 스포츠. 주변에 요가한다는 남자를 본 적도 없을뿐더러, 할만한 운동이라면 요가 말고도 많았다. '아, 나도 유튜브 해야 되는데'와 맞먹을 정도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단골 멘트인 '아, 나도 골프 배워야 되는데'의 골프나, 작년에 살짝 맛만 보았던 테니스도 있었다.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은 그보다 우선이었다.
하지만 요가를 같이하자는 친구의 제안은 가장 매력적인 컨디션으로 내게 왔다. 내가 목의 통증을 낫게 하고 자세를 교정하고 싶을 때, 고교 시절을 함께 한 친한 친구의 입에서. 게다가 요가원은 회사에서 5분 거리였다. 어차피 지금의 목 상태로는 한동안 헬스장에 갈 수 없을 것 같아, 친구의 제안을 수락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선 3개월을 등록했다. 그것이 나와 요가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