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현재와 미래보다 이미 확실한 과거를 찾는 불안한 나.
2022년도 어느새 2월에 이르렀다.
숫자도 어색하고 2도 왜 이리 많은지, 코로나로 늘 집과 직장만 돌아다니다 보니 우울증은 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올해 계획한 일들은 제대로 빛도 바라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고 있고 나는 여전히 늘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작년 중순부터인가? 급격히 찾아온 우울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머물러 있는 느낌도 싫지만 그렇다고 코로나로 인해 많은 제약이 생긴 지금은 자유롭게 무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런 무기력한 시간 속에서 내가 했던 것은 과거의 영광(?)을 찾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과거에 잘 나갔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냥 젊었을 때, 청춘일 때, 아무것도 몰랐을 때의 내 모습이 그리웠다. 분명한 건 그때에 나도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늘 고민했고, 불행했으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 내 뇌 속에는 명확히 각인된 행복한 조각만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사랑과 관련된 기억들은 더욱 왜곡되기 쉽다. 와이프와 연애 초기의 사진을 보고 신혼 초기의 사진들을 보며 행복해한다. 이렇게 이쁜 연인이 지금은 아이의 밥을 차려주기 위해 부스스한 모습으로 주방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더욱 현실이 싫어진다.
우리도 한때 지금의 젊은 연인처럼 열정적인 사랑을 했던 때가 있었지~ 하며 자기 위안을 하는 것이 부쩍 늘었다. 이는 사랑 이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인 야구를 처음 시작했던 10여 년 전 사진들을 보면 서툴렀던 내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보인다.
그땐 토요일마다 야구한 경기를 하기 위해서 하루를 다 바 친곤 했다. 승용차도 없는데 상계동에서 천안으로 수원으로 당일치기 야구를 하고 다녔더라. 새벽 4시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카풀하는 장소로 가도 그렇게나 재미가 있었다. 형들이랑 한 야구 한 경기, 한 번의 타석, 한 번의 수비가 삶의 전부였던 시절도 그리웠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나 열심히 했다.
친구들과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밤새 술을 마시고도 1-2시간만 잠들고 회사로 출근했다. 수원에서 다시 사당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수원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도 아침에 지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뭐든 매사에 열정적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과거에도 나는 지금처럼 힘들고, 어렵고,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난 지금 내 머릿속엔 과거는 모두 아름답고 좋은 추억으로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현실과 미래는 불확실하고 암울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대중문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지 않나 싶다. 우리가 복고문화를 좋아하고 열광하는 것, 특히 90년대 가요가 다시 재조명받으면서 열풍이 부는 것도 지금 내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셀피 존은 내가 고등학교 때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과 그냥 똑같다. 그게 왜 다시 유행하는지도 미스터리이다.
그러나 결국 과거를 회상하는 것만으로는 앞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냥 웃으며 과거를 회상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아직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짊어지고 가야 할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처럼, 날 설레게 만드는 무언가가 또 내일 펼쳐진다면 난 다시 과거에 열정적인 나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