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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1

3-(1)

by jeromeNa

다음 날 아침 일찍, 유성은 마르쿠스와 함께 마을을 걸었다. 어제 엘리나의 마법을 최적화해 준 일이 소문나기 전에 다른 제자들도 만나보자는 제안이었다.


아침 햇살이 돌담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이슬이 맺힌 풀잎들이 반짝였다. 빵 굽는 냄새가 골목 사이로 퍼져 나왔다. 평화로운 풍경이었지만, 유성의 손가락이 무의식 중에 허공을 더듬었다.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어제의 일이 어떤 파장을 만들지 계산할 수 없었다.


"우리 마을에는 두 개의 훈련장이 있어요."


마르쿠스가 앞장서며 설명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법 훈련장과 전사 훈련장. 보통은 따로 훈련하지만, 실전에서는 협력해야 하니까 가끔 합동 훈련도 해요."

"합동 훈련이요?"

"네. 마물 토벌할 때는 마법사만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방패막이나 전사의 보호가 필요해요. 마법 시전 중에는 무방비 상태가 되니까요."


파티 플레이. 게임에서나 보던 구조가 여기서는 생존 전략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전사 훈련장 훈련대장님께 실전 훈련 협조를 부탁드리려고 해요. 제자들이 실전 경험이 부족해서요."


마르쿠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런데 마르쿠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 전사 훈련장이 이쪽이었나?"


유성이 그를 봤다.


"아니, 맞아요. 이쪽이 맞습니다. 어디까지 했더라..."


마르쿠스가 머리를 긁적였다.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전사 훈련장 가는 거였지. 나이는 못 속이나 봐요. 호호."


부드러운 웃음이었다.


두 사람이 언덕을 넘자 넓은 모래 운동장이 보였다. 아침 햇빛에 모래가 황금빛으로 빛났다. 나무 기둥과 표적들이 세워져 있었고, 한쪽에는 무기 거치대가 늘어서 있었다.


"저기가 전사 훈련장이에요."


훈련장은 이미 활기가 넘쳤다. 여러 전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기본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검을 휘두르는 소리, 창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 방패가 부딪히는 묵직한 소리. 소리들이 뒤섞였다.


운동장 한복판에서 한 사람이 혼자 방패 훈련을 하고 있었다. 다른 전사들과 떨어져 묵묵히 반복 동작을 하고 있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청년이었다. 거대한 방패를 왼손에 들고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다루고 있었다. 방패를 들어 올리고, 각도를 조절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자세. 같은 동작을 수십 번 반복하면서도 전혀 지루해하지 않았다. 거의 무표정이었다.


큰 키. 넓은 어깨. 그리고 그 방패.


'어제 그 사람?'


"아, 케일이네요."


마르쿠스가 손을 흔들며 불렀다.


"케일!"


케일이 고개를 돌렸다. 순박해 보이는 얼굴에 약간 당황한 표정이 스쳤다. 갈색 곱슬머리가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케일이 방패를 내리고 다가왔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


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훈련하고 계셨군요."

"...네."

"오늘 오후에 시험이라고 들었어요."

"...방패막이."


케일의 시선이 유성에게 향했다가 금세 돌아왔다.


"참 부지런하시네요. 아침 일찍부터."

"어제. 길. 못 찾음."


마르쿠스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데 이분은...?"

"유성입니다. 마법 이론을 연구하시는 분이에요."

"..."


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뭔가 알아본 듯한, 하지만 확신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유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어제 마을 근처 개울가에 계셨나요?"


케일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있었음."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아, 역시 그때 그분이셨군요. 반가워서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급히 가시더라고요."

"...죄송."


케일이 고개를 숙였다. 방패가 땅에 쿵 하고 부딪혔다.


"불. 공중. 무서웠음."


케일의 얼굴이 붉어졌다.


"괜찮습니다. 저도 놀라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화 안 남?"

"전혀요."


케일의 입꼬리가 1mm 정도 올라갔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마법?"

"네, 맞아요. 연습하고 있었거든요."

"...대단."


케일이 순수한 감탄을 보냈다.


"마나. 못 느낌. 전사됨."


그가 자신의 팔뚝을 두드렸다. 확실히 단단해 보였다.

마르쿠스가 시계를 봤다.


"케일, 미안하지만 우리는 먼저 가봐야겠어요. 제자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네."


케일이 다시 방패를 왼손에 들었다. 무게가 상당할 텐데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시험 잘 보세요."

"...감사."


케일의 입꼬리가 다시 1mm 올라갔다.


"혹시. 나중에. 마법. 구경?"


케일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물론이죠."

"..."


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이 순수해서 유성도 따라 웃었다.

두 사람이 훈련장을 떠나려 할 때, 훈련장 한쪽에서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시! 자세가 엉망이야! 기본기가 안 되어 있어!"


피이익!


호루라기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100번! 팔굽혀펴기 100번!"


근육질의 중년 남자가 검을 든 젊은 전사 앞에서 호루라기를 입에 문 채 소리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과 여러 개의 흉터가 베테랑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 발터 대장님!"


마르쿠스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발터가 고개를 돌렸다. 호루라기를 입에서 빼지도 않고 손을 들어 화답했다.


"마르쿠스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발터의 목소리는 훈련장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컸다.


"너희는 계속! 쉬지 마!"


발터가 훈련생들에게 소리친 뒤 다가왔다. 호루라기를 목에 건 채로.


"무슨 일이세요? 아침 일찍부터!"

"실은 부탁이 있어서 왔어요. 우리 제자들 실전 훈련에 협조해 주실 수 있나요?"

"실전 훈련이요?"


발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 마을 외곽에서 간단한 마물 토벌 훈련을 하려고 하는데, 전사 2명 정도 필요해서요. 아시다시피 마법사들은 시전 중에 무방비가 되니까..."

"괜찮죠! 요즘 마물 활동이 활발해져서 실전 경험이 필요한 시기니까요!"


발터가 팔짱을 끼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발터의 표정이 굳었다. 목소리가 약간 낮아졌다.


"최근 마물들이 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요?"


마르쿠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평소엔 절대 마을 근처까지 오지 않던 놈들이 자꾸 나타나고 있어요! 어제도 늑대형 마물이 마을 경계선까지 왔다가 돌아갔답니다!"


발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 참 이상하네요. 마물들이 영역을 벗어나는 일은 드문데..."


마르쿠스의 눈가에 주름이 깊어졌다.


"내가 20년 전에는 말이죠!"


발터가 갑자기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물들이 이렇게 행동한 적이 딱 한 번 있었어요! 그때 큰 사건이 터졌죠!"

"어떤 사건이었나요?"

"그게..."


발터가 턱을 쓸며 생각에 잠겼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큰일이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실전 훈련이 필요하고!"

"감사합니다."

"전사 2명 준비해 두겠습니다! 오후에 다시 오세요!"


발터가 다시 호루라기를 입에 물었다.


피이익!


"너희! 뭐 하는 거야! 계속 움직여! 땀을 흘려야 실력이 는다고!"


발터가 다시 훈련생들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감사합니다. 오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마르쿠스가 인사했지만, 발터는 이미 훈련생들을 지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계속]


** 캐릭터 특징에 조금 더 디테일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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