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끝에서
아침에 일어나는 일
-김행숙 시
거의 잊혀진 것 같다
머리 하나를 두고 온 것 같다
머리가 두 개인 사람처럼
머리를 일으켰다
모든 게 너의 착각에서 시작되고 끝났다,
헤어질 때
당신이 한 말
두 명의 사람이 누워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간신히 한 사람만 안아 일으켰다
라디오 스위치를 켜고
어제와 똑같은 아침 방송을 들었다
폭풍우 같은 비가 마음에 몰아쳤다.
빗줄기의 한가운데 그는 이제 없어도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작디작은 연필심 손하트 종이 편지는 빗물에 날려 없애어졌어도,
마음 안에 그어놓은 선 하트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때의 나는 없지만 지금의 나는 여전히, 아직 여전히 있다.
자판을 누르며 느껴지는 쿵쾅거리는 마음도.
누른 후의 간간한 기다림의 마음도 이곳저곳에 있다.
수마의 이빨자욱이 드리운 곁이 아련하여도, 몰아치던 한숨은 잦았더라도,
아직 의뭉스러운 얼굴은 스며있더라.
출렁이는 마음은 눌리워졌어도 잔잔히 흐르는 마음은 오늘도 내리어라.
- 장마의 끝에서,
사진
출처 1 : https://www.instiz.net/pt/6703970
출처2 :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224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