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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의태양 Dec 14. 2020

그리움 잡기 - 오랜날 오랜밤03

물달팽이를 잡으며

수초어항에 물달팽이들이 극성이었다.

아무리 잡아도 계속 늘었고

어떤 것들은 쌍을 이루어 붙어있어 번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약을 뿌려도 그때뿐이었다.

다시 늘었고 그것들은 다시 붙어 있었다.

어디서 어떻게 와서 어떻게 몸을 불리는지 알 수도 없는 것들

이렇게 잡아도 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들은 과연 달팽이뿐일까.


그리움 잡기


제법 사라졌다고, 분명히 없애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오늘도 오래도록 나에게 나타났다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오늘도 내 눈에 어른거려 출렁이게 한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소와 같은 보폭으로 아련히 걸어가는 뒷모습은

아련하게 내 마음에 파고들어 시리게 했다.

가까이 가도 잡을 수 없는

또 잡고 나면 이내 놓쳐버리는 너는

이내 몸을 키워 겹겹이 뭉쳐 나를 흔들어 놓는구나

오늘도 한 켠에 일렁이는 너를, 너희들을, 꼭 쥐어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잡아본다.


- 물달팽이를 잡으며,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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