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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의태양 Nov 16. 2021

부모님의 선물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이란


첫 직장을 다닐 때의 일이다. 

신입시절 동기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동기 중 한 명이 입사 선물로 신형 자동차를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와-

또 다른 동기는 고가의 무엇을 받았다는 말을 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였는지 내가 입고 있던 셔츠와 넥타이가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첫 직장의 선물이라고, 직접 골라 선물해주신 체크무늬 셔츠와 파란 넥타이였다. 

어린 마음에 그 친구들이 좀 부럽기도 하였다. 


IMF를 겪던 시절, 아버지가 몇 년 일찍 퇴직하시면서 집안 사정도 예전 같지는 못했다.

나는 군 제대 후, 아직 대학에 복학하기 전이었고, 형은 아직 대학 졸업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집의 사정은 3년이 지나 내가 직장에 취업을 할 때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퇴직하시면서 받았던 퇴직금으로 투자했던 펀드는 그때까지도 원금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나라가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시점에서 자식들의 취업 선물로 고가의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집들은 어떤 집들인가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렇게 선물을 받았던,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옷이 많지 않았던 내가 자주 입게 되었고, 어느덧 나의 최애 아이템이 되었다.

파란 체크무늬가 있는 흰색 와이셔츠와 실크 무늬 결의 파란 넥타이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나에게 너무 잘 어울리던 것이었다. 너무 튀지도 않으면서, 멋스러운 동시에 일종의 품위가 느껴지던.

그 옷의 조합을 나는 매우 좋아했고, 넥타이는 너무 많이 메어 끝이 해어질 때까지도 내가 즐겨하게 되었다. 

심지어 그 옷들이 낡아질 때쯤이면, 그 셔츠나 넥타이와 최대한 비슷한 다른 것들을 찾아 구매하게 될 정도였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나에게 알맞은 취향을 갖게 하는 선물이 된 것이다. 


취향뿐만 아니라, 부모님은 그 장소와 나이에 어울리는 격식과 품위가 무엇인지 그 옷을 통해 알려주셨던 것이다. 


가장 좋은 선물이란, 받는 사람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정서적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외지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어려운 과정을 겪고 첫 직장을 갖게 된 아들에게 부모님은 그 나이와 수준에 맞는 취향과 품위를 선물해주셨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입을 때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정서가 묻어나, 어떤 물질적인 가치 이상의 소중함을 간직하게 된 것이다. 


어느덧 직장생활의 18년 차가 된 지금도,

내 옷걸이에는 처음 선물로 받았었던 와이셔츠와 넥타이와 가장 유사한 조합이 아직 걸려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아이템의 조합을 가장 좋아하고, 즐겨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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