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누피 Sep 26. 2024

24. 선택을 옳게 만드는 노력

‘이 시기에 이걸 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정해진 틀이 많다. 남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다른 것에 대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말한다. 똑같이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정착해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이 당연시된달까.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것은 스스로를 옥죄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나 지금 결혼해야 하는데, 지금은 애도 낳아야 하는데, 집도 사고 차도 사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난 지금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그래서 지금의 삶이 엄청 불행한 것만 같다. 근데, 사실 내 일상은 그렇게 불행하진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조급하고, 불안하고, 뒤처지는 것 같고, 그래서 무언가라도 더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

지금 나름대로 잘 사는 것 같은데, 남들과 비교해 보면 별것 아닌 것 같다.

자꾸 불안해지는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서 자기계발을 하고, 무언가를 더 한다. 노는 것조차 남들보다 더 재밌게 놀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해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다. 자신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을 그 누가 비방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그간 열심히 살아왔던 것은, 무엇을 위함이었을지 돌아보게 된다. 그 열심히 사는 마음이, 남들보다 더, 내가 지금 부족한 것만 같아서였다면. 누구를 위한 열심이었던가.     


얼마 전 비혼 여성이 자신의 삶을 재밌게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댓글에는 ‘결혼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지, 지금 그렇게 혼자 살면 나중에 외롭게 늙어 죽을 걸?’ 등등의 글을 보았다. 정작 당사자는 결혼 못해서 즐겁게 여행 가고, 내 밥 맛있게 차려먹고 즐거워 보이는 영상으로 화답했지만.      


그 영상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왜 다르게 사는 사람에 대해서 비난하기 바쁜 걸까. 한편으로는 혼자 살면 진짜 외롭게 늙어 죽을까? 공감과 불안 어디쯤 서있달까. 결혼하지 않은 것 이외에도, 그냥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게 선택하고 살아간다는 것에 이해받지 못하는 사회. 상대가 누구든 간에 비교하기 바쁘다. 남도 그렇지만, 나 스스로 조차 남과 비교하며 좌절하기 바쁘다.      

분명한 것은 나와 다르다고 해서, 다르게 살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도, 당신도.  

   

얼마 전 종영한 굿파트너에서도 이런 대사가 있다.    

  

“정답은 없어. 결혼, 비혼, 이혼 그거 다 선택이야. 우리가 잘해야 하는 거는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노력이야. 그리고 그 노력을 다했다면, 후회하지 않고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돼. 선택과 책임이 반복되는 것, 그게 인생 아닐까.”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개인의 개성과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라면 굳이 획일적으로 모두가 결혼해서 애를 낳아 살필요는 없다. 그 누구도 선택에 비난할 자격은 없다.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나와 다른 삶에 대해 존중하고, 존중받아야만 한다. 다른 선택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면 그만이다. 왜 다른 것에 비난하는가. 그저 그 사람의 삶인 것을.
                          

이전 23화 23. 다른 의미의 불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