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찬이와 지영이 이야기
도서관 창문 밑에서, 나는 동찬이를 처음 만났다.
통통한 얼굴에 통통한 몸집, 눈꼬리가 살짝 내려간 눈, 순하고 착해 보이는 남자 아이였다.
“안녕!”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아이는 두 눈을 내리 깔았다. 더 이상 말을 시키면 안 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상했다. 유달리 작아 보이는 옷과 맨발도 그렇고, 무엇보다 학교에 가야 할 시간에 혼자 도서관에 있다는 게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겁먹은 얼굴의 아이에게 이것저것 말을 시킬 수가 없었다.
아이는 책꽂이에서 이 책을 꺼냈다, 저 책을 꺼내며 시간을 보냈다. 어떤 책은 오랫동안 보았고, 어떤 책은 그냥 표지만 쳐다보는 눈치였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아이는 도서관을 쑥 빠져나갔다.
아이가 도서관을 나간 후에, 사서 선생님이 아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며칠 동안 문이 열리자마자 도서관에 들어왔고, 점심 때쯤이면 나갔다고 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게 이상해서 몇 마디 물어 보았더니 대답을 잘 하지 않았다. 겨우 학년과 이름만 들을 수 있었는데, 이름은 동찬이고 도서관 옆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사서 선생님은 학교 복지사에게 연락을 했다. 전화를 받은 복지사는 동찬이를 잘 안다고 했다. 동찬이 집 안 사정이 아주 심각하며,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고, 학교도 툭하면 빠져서 걱정이 많다고. 일단 도서관에서 아이를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도 했다는 거였다.
아이가 무단결석을 하는데 학교에서 걱정만 하고 있다니, 동찬이네 집은 얼마나 큰 문제가 있길래 아이를 저렇게 놔두고 있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내 영역 밖의 문제였다. 나는 그냥 도서관에서 동찬이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동찬이는 거의 날마다 도서관에 왔다. 학교 복지사가 도서관에 와서 동찬이를 만난 후로는 학교도 빠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동찬이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고, 양보를 잘 했다. 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인기의 가장 큰 이유는 그림 때문이었다. 동찬이는 그림을 무척 잘 그렸다. 연필로 공룡과 로버트, 빌딩, 별, 꽃 모든 걸 다 그렸는데 어찌나 자세하고 꼼꼼한지 신기하기만 했다. 동생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면서, 가끔 도서관 선생님들이 읽어주는 그림책을 들으면서, 동찬이는 그렇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진행하는 책놀이 프로그램에 동찬이가 들어왔다. 저학년 수업이었지만 동찬이가 들어오고 싶어 하니까, 별문제가 없겠다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연극 준비를 했다. 각자 역할을 정하고 ‘고양이’ ‘강아지’ ‘송아지’ 이름표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크레파스로 글자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삐뚤삐뚤 글씨지만, 자기 역할을 적는다고 신이 났다. 그런데 염소 역할을 맡기로 한 동찬이가 이상했다.
동찬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그냥 멀뚱멀뚱 정면만 쳐다보면서.
뭐 하느냐고,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지만 아무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동찬이는 그렇게 한 참을 있더니 슬며시 도서관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왜 잘 지내던 아이가 가만히 있다 도서관을 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다음다음 날, 동찬이에게 꽃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동찬이는 식물도감을 보고 민들레를 그려주었다.
“민들레 끝내준다. 이름도 써 주면 좋겠는데, 여기다 민들레라고 써 줄래?”
갑자기 동찬이 표정이 바뀌었다.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혹시나 했던 내 짐작이 맞아 보였다.
“동찬아, 나한테 글자를 아는지 모르는지 귓속말로 알려 줄래?”
동찬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글자 몰라도 돼. 나한테만 이야기해줘. 비밀 꼭 지켜줄게.”라고 달래랬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 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동찬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몰라요.”
동찬이는 읽고 쓰지 못했다. ‘가’도 몰랐고 ‘호’도 몰랐고, ‘우’도 몰랐고, ‘너’도 몰랐다.
그때까지 나는 글자를 모르는 초등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처음이었다. 5학년 동찬이는 자기 이름 외에 아무 글자도 읽지 못하고 쓰지 못했다. 햇살이 창문 사이로 들어와 도서관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노랗고 환한 햇살 아래서 서가에 꽂힌 책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온갖 글자와 문장과 이야기로 가득한 도서관에서 나는 글자를 모르는 아이를 처음 만났다.
몇 사람이 함께 동찬이 문제를 의논했다. 학교 복지사가 말했다. 학교에서도 동찬이가 글자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저학년 때 기초 학습을 받았는데 소용이 없었다는 거였다. 화가 났다. 학교에 화가 났고, 동찬이 보호자에게 화가 났는지, 아니면 그냥 모두 다한 테 화가 났다.
그래도 화를 참고 물어보았다.
“그럼 학교 공부가 불가능하지 않나요?”
복지사가 대답했다.
“그렇죠.”
“담임선생님은 뭐라고 안 하시나요?”
“저학년 때는 선생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고학년 되면서는 동찬이가 워낙 착하고 얌전하니까, 수업하는데 별문제는 없다고 그러세요. 5학년 담임선생님도 결석하는 거 빼놓고는 별 말씀 안 하시더라고요.”
“예?”
내가 들은 말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 내가 제대로 듣기는 들었을까? 잠시 내 생각에 빠져서 이야기를 잘 못 들었나? 아니라면, 내가 들은 말이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저 말은 말이 되는 걸까? 아이가 글자를 전혀 모르는데, 한 글자도 읽을 수 없고 한 글자도 쓸 수가 없는데, 착하고 얌전해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내가 들은 저 이야기는 무슨 뜻이고 어떤 뜻일까?
동찬이가 글자를 모른다는 사실만큼이나,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그때까지 내가 알던 세계가 사실은 진짜 세계가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너는 아무것도 몰라. 세상은 네가 모르는 것 투성이야.”라고.
물론 지금 나는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안다. 동찬이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학교도 그럴 수밖에 없었고, 우리 모두 그럴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때 내가 좀 더 잘 알았더라면, 동찬이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 동찬이에게 제대로 다가갈 수 있었을까?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는 욕심에 동찬이 집을 찾아가고, 동찬이가 슬금슬금 나를 피하고, 도서관에 오지 않고, 나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른이 되는 걸 피할 수 있었을까?
동찬이 그리고 동찬이를 대하는 학교의 태도는 특별한 게 아니었다.
한글 교실 첫 해에 만난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글자를 모른다는 사실을 끔찍하게 여겼다. 어떻게든 글자를 아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 내가 읽어 준 문장을 외워서 글자를 읽는 척 했고, 받아쓰기를 할 때는 그중에서 잘하는 아이 공책을 베끼느라 바빴다. 내가 선생님이어서, 나랑 친해져서, 내가 마음에 들어서 더 들키기 싫어했다. 아이들은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그중에서 가장 능숙하게 ‘아는 척’을 했던 아이가 지영이다. 세 달이 지나가는 데도 지영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나를 완전히 신뢰하기 까지는 학습 수준을 검사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터였다. 학습 테스트가 가뜩이나 자신 없는 아이들을 더 자신 없게 만들 것 같아서였다. 그러니 지영이만 따로 테스트를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선생님, 모르겠어요. 알려줘요!”라고 하는데도, 지영이는 여전히 잘 알고 있다는 얼굴로 칠판을 쳐다보고 공책에 글자를 썼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지영이에게 수업이 끝난 후 잠깐만 보자고 했다.
지영이는 생글생글 나를 쳐다보았다.
“지영아, 내가 비밀 이야기해 줄게. 나 1학년 때 내 이름도 못 썼다. 깔깔마녀라고 못 쓰고 까까마녀라고 썼다.”
지영이가 킥킥거렸다.
“깔깔마녀가 그랬지? 한글 모르는 건 창피한 게 아니라고, 깔깔마녀 교실에는 공부 못한다고 야단치치 않는다고 그랬지?”
지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영이는 동찬이랑 닮았다. 커다란 눈에 순해 보이는 표정도 닮았고, 성격도 비슷했다. 민희와 은희가 분홍 가위를 두고 서로 싸우면, 자기 가위를 민희와 은희에게 빌려주었다. 누가 검정 색연필이 없다고 짜증을 내면 자기 색연필을 주었다. 내 말을 얼마나 잘 듣는지, 가끔 투정도 부리고 떠들고 그랬으면 싶을 정도였다. 지영이는 수업이 끝나면 시키지 않았는데도 걸레로 책상을 닦고, 바닥 먼지까지 쓸었다.
도서관에서 만났던 동찬이, 그때 5학년이었던 동찬이는 자신이 글자를 모른다는 사실을 어떻게 숨겨야 하는지 긴 시간 동안 몸으로 체득했다. 조용히 하면 할수록, 친구들과 부딪히지 않으면 않을수록, 누가 놀리고 때려도 가만히 있어야, 쥐 죽은 듯이 착한 아이로 지내야 선생님과 아이들은 동찬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면 선생님이 잔소리를 하거나 야단도 치지 않고, 친구들도 글자를 모르는 바보라고 놀리지 않았다.
동찬이에게 제일 힘든 건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긴 시간이었다. 선생님 설명이, 칠판에 적힌 글씨가, 책에 있는 글자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 못한 채 하루에 대여섯 시간을 꼼짝없이 앉아 있는 건, 아무리 동찬이래도 힘들었다. 그래서 동찬이는 고학년이 되면 될수록 점점 더 자주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지영이를 보았다.
“지영아, 깔깔마녀는 글자를 모르든 말든 상관 안 해. 난 너랑 재밌게 노는 게 제일 좋아.”
지영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작은 입에서 들릴락 말락 소리가 들렸다.
“몰라요.”
나는 동찬이를 기다려야 했다. 동찬이가 스스로 말해줄 때까지 그냥 재밌게 놀았어야 했다. 동찬이에게 공룡을 그려달라고 부탁하고, 그림책을 읽어줬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동찬이도 날 보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글자를 몰라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