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나를 당신이 안다는 모순
오래된 사람일 수록 나를 더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너 요즘 왜 그래?"라는 말로 나를 틀에 가두는 사람들이 어쩌면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
새로 알게 된 사람들이 되려 내가 하는 생각을 조금 더 가까이 이해하고 있을 때,
책 속의 작가가 풀어낸 글과 내 생각이 되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에 내 현실이 오버랩 될 때,
내 앞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와 나의 처지 사이에 희미한 안개가 끼기 시작할 때,
어쩌면 내가 아는 모습이 진짜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그럴 줄 알았어' 라는 말이 이상하게 귓가를 맴돌 때,
나는 과연 나도 모르는 나를, 네가 알고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아니 종종 있었다.
나와 가장 오래 지내온 사람이 바로 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런 나를 모르는 나보다 네가 더 나를 안다는 사실이 모순같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애매모호한 표현 뒤에 숨어 위로 받았던 적이 몇 번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