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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Oct 03. 2020

76화. 생각을 거둬들이는 계절

리분동지의 신혼(그림) 일기

 가을을 떠올리면 노랗게 고개를 숙인 벼들과 저마다의 색으로 영글어가고 있는 사과, 감과 같은 과일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저는 올 가을엔 생각을 수확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3개월 후면 만료가 되는 전셋집을 생각하니 원룸에서부터 시작한 신혼 생활이 떠오르고 그 간 크고 작은 다툼으로 마음을 상하게 한 일이라던지 주머니까지 탈탈 털어서 떠난 서호주 로드트립이 떠오르고 앞으로 베트남에서 생활하게 될 남편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당분간 떨어져 살게 될 우리이기에 앞으로 남은 3개월이 조금은 애틋하고 소중한 시간이 될 것만 같습니다.









 남편이 얼마나 베트남에 있게 될지는 정해지지는 않았기에 서울에 있는 신혼집을 정리하고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분간은 할머니 그리고 엄마 아빠와 시골에서 작물 재배를 도우며 지낼 예정입니다. 아마 거대한 소음 숲을 벗어난 심바가 제일 행복해하지 않을까요? 생각은 갈수록 많아지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하기로 합니다. 마흔에는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글을 쓰고 있을 저를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가을을 만끽하는 중인 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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