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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있으시다면 부디 도와주시기를.

호치민에서 쓰고 그리는 그림일기

by Jessie


이번 몇 달은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들이 연달아 쌓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날에는 뉴스를 보는 일이 꽤 고통스럽게 느껴져서 눈을 감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궁금해서 다시 뉴스를 열어보고 눈물을 훔치는 그런 날들도 있었고 말입니다. 몸은 멀리 호치민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밖에서 바라보면 그곳에서의 일들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 친구들의 안부가 늘 염려되고 또 언젠가 돌아가게 될 날을 생각하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매일 어디선가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을 무사히 빗겨내어 살아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론, 열심히 사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제와 오늘은 내내 뉴스 속보를 확인했습니다. 울산 울주 산불이 바로 저의 정겨운 고향이자 가족들이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친한 친구들도 산불 위험으로 황급히 집을 떠나 친정이나 시댁 혹은 근처 숙소로 대피를 했고 산불이 건너다 보이는 할머니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아빠와 함께 대피 상황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오전이 되어서야 진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는 다행스러운 소식을 받았지만 여전히 경북지역은 산불로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살아온 터전을 잃고 슬퍼하고 있습니다.


봄을 품고 피어날 시간을 엿보고 있던 자연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자연 앞에 놓여있는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생각합니다.

잿더미가 되어버린 그곳에 다시 봄이 찾아오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요.


소명을 가지고 산불 현장으로 달려가신 고마운 분들을 떠올리면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따뜻함 덕분에 크고 작은 불행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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