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동을 끼고 살아왔지만 날씬해 본 기억이라고는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았던 2년 전 밖에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되었지만 그 당시엔 이혼이라는 단어 하나를 앞에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느라 입맛을 깨끗하게 잊어버린 시간들이었다. (역시 맘고생은 다이어트를 위한 최고의 조건이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해서 그런지 무얼 먹어도 맛있는데 57킬로그램의 경계에서 곧 앞자리가 바뀔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넌 키가 크잖아!라는 위로는 이제 위안이 되지 않는다) 베트남의 더운 날씨를 마주하면 입맛이 사라질 줄 알았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요즘은 모든 것이 맛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34도의 뜨거움 속에서 운동을 하면 입맛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더위라는 녀석도 지내다 보니 점점 적응하게 되고,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을 통해 베트남의 찐 맛을 하나 둘 경험하다 보니 인간관계만큼 체중도 늘어나는 중이라고 조심스레 변명을 꺼내본다. 요즘 내가 빠진 음식은 각종 채소가 담긴 소면에 소스를 넣어 비벼 먹는 ‘분팃느엉’과 깔라만씨를 짜 넣은 음료 ‘짜닥’인데 운동을 부지런히 하고 집으로 돌아와 시원한 짜닥 한 모금 마시는 일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었다. 나이를 먹으며 입맛도 얻게 되는 이 상황들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반질거리는 피부와 함께 베트남 생활을 더 윤택하게 이어나가는 중이다.
결론적으로는, 해외 생활을 예상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다는 것. 살은 뭐 나중에 빼면 되지. 이렇게 또 내년의 나에게 숙제가 하나 더 생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