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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연애할 때 난 제일 많이 배웠다

by Jessy

0. 사람은 원래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관심이 없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나에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존재가 자아를 위험할 수준으로 내려놓는 마법같은 순간이 있다. 그 흔치않은 순간은 바로 내가 어떤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다.


1. "사랑"이라는 설레고 새콤달콤한 감정을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위로와 즐거움을 얻는 나 자신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 한 명이 순수하게 궁금해지는 순간이 일생에 한번은 온다.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왜 그렇게 생각하고,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그 사람 자체의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고 온연히 나도 겪어보고 싶어진다.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것, 거북했던 것이 그 사람의 일부라는 이유로 나에게도 호감가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사랑은 나 자신을 더 공고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나 자신의 지평을 흔들고, 열어주는 파괴적인 감정이기도 하다.


2. 파괴란 아이러니하게도 성장과 성숙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내 자신의 도그마를 깨뜨리고,

정확하게는 도그마인줄도 모르던 것을 깨뜨린다.

순수하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고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오직 사랑으로부터 비롯하지 않던가.


그 파괴의 과정이 유쾌할때도, 처절할 때도 있고,

파괴의 결과 역시 나 자신에게 보상을 줄 때도 있지만 뒤통수를 칠 때도 있고,

스스로로 하여금 처참하게 무너지게도 한다.


어찌 되었든 본인을 살게 했던 가치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사랑으로 쉽지 않은 이타심을 베풀었던 상대가 나 자신을 충분히 존중하지 못한다면 더욱 아프다.


원하든 원치 않든 틀려봤던 사람은 유연해진다.


3. 성숙의 과정은 결국 순탄하지만은 않다.

결국 무릎꿇어봤던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서 이 사람의 지평이 넓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의 좌절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처절하게 실패했던 과거의 나에게 감사한다.


4. 공감을 한다 해도 공부를 충분히 한 후에 공감을 해야할 때가 있다.

알지도 못하고 두는 훈수는 언제나 충고받는 이를 상처받게 하기 마련이다.


아 힘들겠다,라고 해도 결코 겪어보지 않고는 감히 그 감정을 들여다 볼수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없는 법이니까.


그렇기에 사람은 자신이 틀렸음을 직면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5. 그래서 난 사랑하는 동생들과 내 주위 사람들이 되도록이면 불필요한 실패를 거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상처 없는 사람보다는 처절하게 실패해봤던 사람이 친구로서, 동료로서 의지가 된다.


앞으로도 내가 나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에게 진심으로 다가간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알고,

그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할 줄 알고,

내가 틀릴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견지하며

앞으로 더 유연해지는 것을 이전보다 덜 겁낼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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