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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Sep 27. 2018

(2017-05) 황금 연휴를 보내며 또다시 느낀 점

우리는 사는게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기에 해피엔딩이다.

직장인 지슈의 일기 #07 황금 연휴를 보내며 또다시 느낀점
: 우리는 사는게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기에 해피엔딩이다.

(2017-05-08)


0. 지난 2주동안 너무 바빴다. 회사에서도 일이 늘었고, 제일기획 공모전은 막판에 팀원이 그만둬서 혼자 완성해야 했고, 그렇다고 공부를 그만 둘 수도 없고, 몸은 아파서 쳐졌다.  


1. 이렇게 나를 몰아치다 사고 한번 크게 쳤다. 황금 휴가를 위해 예매해둔 중국 청도행 비행기가 2주 전에 취소되서 이메일이 오고 전화가 오고 난리가 났는데 그걸 하루 전에 알아서 뒤늦게 환불 신청을 하고 중국 비자를 취소했다.


2. 사실 뭐..ㅎ... 환전도 안하고 떠나기 새벽 2시 전까지 밀린 할일을 끝내느라 여행 못간 아쉬움은 없었다. 그냥 뭐하다가 이렇게 바빴는지, 다시 돌아봤던 거 같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나 자신을 아끼는데 소질이 없다.


3. 마사지를 받고, 은지 집에서 밤을 새면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오랜만에 혜화동 사진 출사를 나가고 뮤지컬도 한 편을 봤다. 전에 눈에 띄었던 창작 뮤지컬 <빨래>, 게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박지연 배우님의 공연이라니 *-*


3-1. 사실 그냥 행복해질 거에요~식의 청춘드라마 창작극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의 아픔이나, 세상의 곡절이 실린 작품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돈 앞에서 얼마나 사람이 무너지는지, 시대의 정황 안에서 얼마나 연약하게 흔들리는지,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 좋다.


4. <빨래>가 그렇다. 주인공 "나영"이 직장 상사의 횡포에 당당하게 맞서다가 오히려 부당한 직책으로 좌천되고, 이웃 주민 몽골 이민자 솔롱고를 무시하는 취객에게 "사람이 어떻게 불법일 수 있느냐"고 다소 처절하게 맞서다가 두들겨 맞은 후 악에 받쳐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서울 살이 5년에서 쌓인 아픔과, 억울함과, 답답함이 섞인 눈물을 터뜨릴때 나도 울었다.


나라는 존재의 앞길을 알수 없어서, 당당하게 옳은 소리를 했는데, 오히려 부당한 처우를 받았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순간, 분명히 난 열심히 살았는데 점점 더 할게많아지고 책임지는 것이 많아질 때, 옳은 소리를 하고 누구보다 꿋꿋하게 살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이 나에게도 숱했기 때문이다.


버티고 버티다가 정말 참을 수 없는 순간, 악에 받쳐 울었고, 다음 순간이나 내 주위가 보이지 않았고 나영은 울었다. 나도 그런 순간이 있어서, 앞으로도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기에 울었다.


4-1. 그런 순간이 있다. 그리고 많았다. 

재수를 실패했을때, 다시 3년을 준비했는데 전과도 실패했을때.

3년동안 많은 것을 바쳤던 곳에서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적지 않은 시간, 세월을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었는데 결국 그에게서 이해조차 받지 못했을때.

시도하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는데 결국 안될때. 

크고 작은 갈등과, 내가 넘어야 할 턱이 많다. 많았다.


5. <빨래>의 결론은 다소 허무했다. 동화 속 해피엔딩처럼 마녀가 흠씬 두드려 맞고 쫓겨나지도, 신데렐라처럼 궁전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지도 않는다. 
악덕 사장은 그대로 악덕 사장이고, 나영은 그 밑에서 참으며 일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으려 마음을 먹는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솔롱고와 결혼을 하면서 한번 더 도전해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주위 이웃들에게 위로와 축복을 받는다.
과부 희정 역시 새로운 가정이 생기지 않는다. 그녀는 당당하게 "이대로 사는 것이 좋다"고 한번 더 힘을 낸다.


현실적이어서, 그래서 나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작지만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것이고,

우리는 주위 사랑하는 사람과 화합하고 연대하며 한번 더 힘을 낸다.


6. 우리가 진정 잃어버린 가치와 회복해야 할 정신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은 사실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잃어버린 저항 정신의 세포를 깨우는 것을, 누군가는 항상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또 누군가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성실한 자세를 말할 것이다.


또 그 모든 것들은 주위 사람과의 연대와 화합, 그리고 사람에게 사람으로 다가가는 자세로 가능하다. 우리만의 우주를 만들어주고, Life Buffer가 되어주는 사람들과 함께.


7. 2시간 반의 뮤지컬은 무턱대고 권선징악의 교훈을 쌩뚱맞게 들이대지 않아서 좋았다.

쉽지 않지만 친구와, 가족과 한번 더 도전할 수 있는 지금 이순간 우리는 해피엔딩이니까.


얼마전 아는 동생이 물어봤다. "언니는 인생에서 제일 실패했을 때가 언제야?" "응~ 지금이야 ^^."


사실이다. 뛰고 뛰어서 겨우 인턴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부족하다. 한참 멀었고. 

2년이 다되도록 공모전은 줄줄이 떨어지고, 전과는 실패했고, 방황만 몇 년을 했고, 가고싶었던 교환학생은 가지 못했고, 남의 눈치를 너무 보느라 숱하게 상처도 받았고, 왜 난 이렇게 안 풀릴까 나 자신을 포기했던 적도 있고, 자본주의와 남성우월주의가 판치는 한국 사회에서 나는 사회의 시각에서 최악의 부품 무려 "문과 여자"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한번 더 힘을 낸다. 그래서 해피엔딩인거 같다. 너무 나를 몰아치치 않고, 여가를 즐길 수도 나를 돌아볼수도 있고, 아직 꿈을 꾸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많은 방황과 넘어짐이 결국 나를 더 나아가게 할 거라고 믿는다.


현실은 빠른 시일 내에 엄청나게 바뀌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는거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항상 우리를 응원해주는 부모님이 있고, 아껴주는 주위 사람들이 있다. 그걸 나 뿐만 아니라 내 주위 좋은 사람 모두 알았으면 좋겠다.


++ 1년 전 다시금 먹먹했던 순간의 나.

이때보다 필력도 사고구조도 많이 바뀌었다. 나름 발전한건가?

웃음이 나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번 더 도전해보겠다 마음 먹었던 내 자신이 감사하다.

저 때의 나는 쉽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도전하는 것이 해피엔딩이라 정의 내렸었구나 ㅋㅋ 


우리는 주위 사람에게 배우기도 하지만, 과거의 나 자신에게 배우기도 한다.

자꾸 처지는 요새인데, 1년전 너무 예쁘게 다시 한번 도전해줬던 내 자신처럼 한번 더 도전해본다.

지금의 내 모습이 미래의 내 자신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이길.


앞으로 더 고생하자 지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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